[대학가산책] 방귀쟁이 며느리가 되어 safe exit하기
[대학가산책] 방귀쟁이 며느리가 되어 safe exit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3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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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설) 연휴가 끝났다. 가족 친지 모두 함께 모여 있는 시간들 동안 방귀도 제대로 못 뀌어서 얼굴이 노랗게 올라온 며느리가 많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갓 시집온 새색시는 외모도 곱고 마음씨도 착하고 일도 잘했지만, 방귀를 너무 심하게 뀐다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새색시가 시집 온 이후로 방귀를 참다가 얼굴이 노랗게 변해갈 정도로 괴로워하니, 시아버지가 방귀를 뀌라고 허락했다. 이에 며느리는 시댁 식구들에게 각자 기둥을 잡으라고 당부하고, 방귀를 시원하게 뀌었다. ‘설마…’ 하며 기둥을 잡지 않은 가족들은 방귀 바람에 날아갈 뻔하였고 너무 놀란 시아버지는 도저히 며느리와 같이 살 수 없다고 판단해서, 결국 친정에 데려다 주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며느리는 울면서 짐을 싸 들고 시아버지를 따라나섰다. 가는 길에 시아버지는 목이 말랐고, 마침 쉬고 있던 배나무 아래에서 위를 올려보니 맛있어 보였다. 이를 본 며느리가 배나무를 향해 통쾌하게 방귀를 뀌어 후두두둑 배를 떨어뜨리고는 시아버지에게 배를 드렸다. 시아버지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며느리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돌아왔고, 시댁 과수원에서 과일을 수확할 때마다 방귀를 뀌어, 며느리는 건강을 지키고, 시댁 농사일을 도우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 집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로 센 방귀라니!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이건 꽤 난감한 단점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인간이 타고난 단점이란 결코 없앨 수 없기에, 방귀쟁이 며느리처럼 내 단점이 장점으로 통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 즉, 사람이 바뀔 수는 없으니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사회복지가 바로 그러한 환경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 제도·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을 통해 급성장하였지만 경제성장으로 인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특히 빈곤층의 삶을 조망해볼 때 더욱 그러하다. 빈곤은 인간사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심각한 문제로서 국가와 사회에서 해결해야할 사회복지제도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특히 초저출산 사회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가족 형태인 ‘한부모가족’의 빈곤율(34.1%)은 ‘양부모가족’의 그것(10.1%)에 비해 3배나 높게 나타나 각종 사회적 위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그야말로 ‘옛말’이 되었기에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인 한부모가족의 경우 특히 빈곤의 대물림이 고착화될 우려가 높다.

현재 한국의 한부모 지원정책은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 선별적으로 최저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정도여서, 한부모가 아동을 양육하기에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동 양육비 및 교육비 지원 금액도 크지 않고,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의 서비스는 재가 양육 미혼모·부에 대한 양육용품 지원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현재 인력 및 예산으로는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상담, 교육 및 문화체험, 당사자 자조모임 지원 등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부모가족지원법은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한부모가족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적극적이고 보편성을 띤 가족복지법으로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1996년 통과된 PRWORA(the Personal Responsibility and Work Opportunity Reconciliation Act)이 고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고용정책 또한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리 강화)할 수 있도록 지향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양육비 청구소송 경험 증가 및 양육비 이행관리원 이용 희망인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미국의 아동양육비이행강제기관(OCSW)의 역할 등을 고려하여 한부모가족의 권한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정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심리·정서적 안정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양육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자립할 때까지 사례관리를 지속화시키고,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safe exit하였는지 반드시 피드백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필자 또한 전폭적인 주위의 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과 가정 양립이 쉽지 않다. 그런데 양육미혼모들은 어떨까.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차별하지 않고 따뜻한 배려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및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부모가족이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주어진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우리 모두 함께 주장하다 보면 이들의 권리 강화가 도모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랜덤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하지도 않은 여러 환경의 한계까지 아무 문제의식 없이 랜덤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방귀쟁이 며느리가 되어 safe exit할 때까지!

유영미 울산과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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