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용칼럼] 세월, 떡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윤주용칼럼] 세월, 떡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2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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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란 낱말을 사전에서는 ‘흘러가는 시간’, ‘지내는 형편이나 사정 또는 그런 재미’, ‘살아가는 세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이나 ‘설날’의 어원은 무엇일까?

어떤 학자는 한자 ‘세(歲)’에서 차용해 온 말이라고 한다. 또한 ‘서다’에서 왔다거나 ‘서럽다’에서 왔다는 어원설도 있다. 한 해를 살아갈 마음이 서야 할 날이어서 ‘설’이 되었다고도 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게 서러워서 ‘설’이 되었다고도 한다.

15세기 이후에는 ‘설’이 ‘살(나이)’이라는 의미로도 자주 쓰였다. <월인석보>에는 ‘그 아기 닐굽 설 먹어 아비 보라···’라는 문장이 있고, <두시언해>에는 ‘큰 아들은(훈민정음 아래 '·' 현대식으로 표기)  아홉 설에 비치 맑으니(훈민정음 아래 '·' 현대식으로 표기) ’라는 표기가 보인다. 여기에서 보이는 ‘설’은 모두 나이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세월 참 빠르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이라는 관념(觀念)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세월이나 나이 설을 나타내는 기본단위인 시간은 무엇인가? 이것은 흐르는 것인가? 쌓이는 것인가?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인가? 과연 시간의 존재란? 직선인가? 곡선인가? 육십갑자처럼 순환하는 것인가?

현재 물리학적으로 1초는 세슘 진동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밤낮의 길이와 계절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돌기 때문이다. 하루는 24시간이다. 지구 자전의 시간이다. 지구 둘레 4만km를 기준으로 보면 1시간에 약 1천667km의 속도로 돌고 있다. 대단한 속도다. 세월의 흐름을 계절에 비추어 흔히 ‘춘추’라고 하여 ‘나이’의 다른 말로 사용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무엇인가? 이는 지구의 공전과 맞물려 있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의 계절의 변화를 세월(나이)이라고 한다. 우리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에 한 살을 먹으며 새로운 설을 맞이한다.

흔히 세월은 ‘유수 같다’, ‘쏜 살 같다’는 표현에서 보듯이 쉼 없이 빠르게 흘러감을 비유하기도 한다. 지구 공전의 시간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다. 시속 약 10만8천km, 이를 초속으로 환산하면 약 30km로 신복로터리에서 부산 노포동 또는 울산공항에서 경주 시청을 단 1초 만에 도달하는 속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호가 태양의 둘레를, 그것도 쉼 없이 이 속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적인 세월의 흐름에 대한 증거이다.

병신년은 살아있는 지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그런 한 해였다. ‘차바’로 불리는 큰물(태풍)의 대이동과 경주 지진의 여파가 그렇다. 그 피해나 공포감은 크지만 생명이 살 수 있는 살아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성(지구)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자연현상 중에서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있지만 분명히 양면성이 존재한다. 지구 자전의 힘으로 기압과 온도, 물을 대이동시켜 지구의 대기권 상황을 최적화로 조정하는 것이 태풍이라면 지진은 지구 내부의 여러 가지 힘들을 지표면으로 소모시켜 버리려는 자발적인 작용이다.

지구 내부의 힘이라면 열에 의한 핵으로부터의 맨틀의 대류나 상승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힘들이 지표면으로 올라와 한동안 축적되다가 단층, 습곡, 또는 두 지각의 마찰에 의해 발산될 때 지진이 발생한다. 만약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지구 내부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될 수 없어 축적만 되다가 어느 순간 아주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켜 지표상의 모든 생물이 살 수는 죽은 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진은 이처럼 지구의 멸망을 미리 막아주는 긍정적인 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먼저 태풍이나 지진을 ‘벽’이라 생각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로 넘어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긴 세월 동안 살아있는 생명들처럼 꿈틀대는 지구별의 현상을 이해하고 장점을 찾아 활용하는 지혜를 만들어 보자. 설을 맞아 떡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세월의 흐름이 더 절실히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그의 묘비명에 적었다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말처럼 한 살씩 더 먹어 가면서 세월의 빠름을 더욱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도과장 /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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