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들려준 ‘염포동 이야기’
어르신들이 들려준 ‘염포동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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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북구 염포(鹽浦)동. 동래 부산포(釜山浦 또는 富山浦)와 진해 제포(薺浦 또는 乃而浦)와 더불어 조선 전기 ‘삼포’(三浦=일본인들의 왕래와 거주를 허가했던 동남해안의 3포구)의 하나였던 이 바닷가 마을에서 소금기 짙은 마을 이야기를 한가득 담은 ‘삼포만의 이야기꾸러미’를 얼마 전에 펴냈다.

부피라 해야 40쪽 남짓한 소책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에는 전문가의 지명 이야기, 그리고 신전·성내·중리 세 자연마을 어르신들의 진솔한 구술(口術)과 함께 진한 감동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염포동 주민자치위원회 이순옥 사무국장이 기획한 이 마을 이야기책 발간 구상은 참신한 기획의도가 돋보여 지난해 북구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사업 ‘소소한 동네 이야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정됐다. 발간비용 2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에 작업을 시작해서 11월에 매듭을 지었다.

작업 과정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마을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준 분들 즉 인터뷰 대상이 70∼80대 어르신 여덟 분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기자단’이 가정주부를 중심으로 한 마을지기 열다섯 분으로 꾸려졌다는 사실이다. 이분들 모두를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은 분명 ‘뜨거운 애향심’ 하나였을 것이다.

북구 기획홍보실의 보도자료는 마을 어르신들을 ‘지금은 모두 여든을 훌쩍 넘었거나 그 나이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묘사했다. ‘소금을 구울 때 쓰이는 땔감을 대주던 나무장수, 신전마을에서 태어나 성내마을 총각과 결혼한 처녀, 소금과 생선을 시내에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아낙네들’이었던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의 입지로 임해공업지역으로 탈바꿈한 이후 지금은 인구 1만2천을 헤아리고 있는 울산광역시 북구 염포동.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래야 겨우 손꼽을 정도인데도 이분들의 기억창고 속에서 마을의 옛날 흔적들을 적으나마 끄집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보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6일엔 기획자 이순옥씨가 마을 청소년들을 불러 모아 ‘마을 역사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가운데 공동체의식의 싹을 틔울 수 있었던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 박정란 위원장의 말도 가슴에 와 닿는다. “과거의 황금기는 지났지만 사회적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만큼은 어느 동보다 뛰어난 곳이 우리 동네죠. 앞으로 좋은 마을 만드는 일에 주민 모두가 앞장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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