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통성이 절실한 시대
변통성이 절실한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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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편지]

세상 모든 생명체가 생로병사를 겪는 것처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태어난 후 출생신고를 거쳐 주민번호를 지니게 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듯, 기업 역시 법적 등기를 거쳐 법인번호를 받고 사업자등록번호를 받게 된다. 세상에 존재함을 증명할 수 있을뿐더러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구성원으로서 생명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주어진 생을 치열하게 살거나 유유자적하게 살거나, 많은 경우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 이어간다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노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 순리이다. 이것 또한 모든 유기체가 겪게 되는 현상이다. 물리적 또는 각각의 노력과 환경여건에 따라 노화를 더디게 하는 정도의 차이는 나겠지만 생명체든 기업이든 영원한 불멸은 없다고 본다.

다만, 기력에 문제가 생기고 잔병치레가 잦아지면 회생 불가능한 중병에 이르기 전 건강검진을 통해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하듯이, 기업 역시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변화로 다양한 환경을 읽어내고 체력관리를 하면 병사로 직행하는 길을 돌려놓을 수도 있겠다. 현대사회와 같이 다양성과 가변성의 속도가 가늠하기조차 버거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초복잡성 시대에 기존의 인식과 기술, 조직과 틀에 머무는 것은 스스로를 병사로 안내하는 길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세계적 제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社(General Electric Company)가 2016년 초 가전사업 부문을 매각하자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 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GE사의 가전사업은 세계 1위였다는 인식과 함께 국내에서도 몇몇 인기품목이 소비자로부터 상당한 구매 선호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충성고객도 있을 만큼 냉장고에 대한 인기가 꽤나 있어서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거대 기업의 주력인 가전사업 부분을 중국 최대의 ‘하이얼 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당시의 소식은 충격이면서도 사회변화에 대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에너지, 기술 인프라와 같은 사업주력 부문을 과감히 도입하는 것에 내심 감탄사를 지르기도 했다.

세상 속에서 유기체로 살아가는 사람과 매순간 팔팔하게 살아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명력을 증명해 내야 하는 기업, 둘 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함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장수를 하여야 할 터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수명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는데 기업들은 무수히 태어나지만 병사로 단명해지는 사례가 많다. 적어도 인간의 수명에 비례해 등기번호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세상을 읽고 사회와 소통하면서 기업의 체력을 강하게 길러야 하겠다. 또한, 각 기업이 처한 형편과 경우에 따라 융통성 있게 매사를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업의 변통성’이라고 볼 때,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성질임은 분명하다.

총명함을 뜻한다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를 맞이한 지도 여러 날을 넘기고 있다. 전년도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지나온 활동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골라 본다. 어떠한 기승전결로 더 성장시킬 활동들은 없는지, 기업들의 생로병사에 가장 적합한 조력으로 성장과 재생의 역할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이러한 생각에만 사로잡혀 실질적인 문제들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더 헝클어트리는 일이 없도록 중요 문제만을 직시해서 선별해야 한다.

그 선택과 집중의 키포인트인 중요 문제는 올해 사업의 디딤돌로 삼아 한 단계 더 성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펼치는 일이고, 지금이 그 시기일 것이다.

제도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는 생리적 특성이 있다. 사업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감을 뛰어넘어 세상을 앞서서 리드해야 하는 선견지명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느리게 되새기며 관계지향을 해야 하는 일과 주민주도 사업이라는 기업의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행자부 마을기업 사업에 조력하면서 제도와 사업 사이에서 필자 또한 변통성이 그 어떤 능력보다 필요한 듯하다. 마을기업을 비롯해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지역사회의 친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성장하려면 태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사에 이르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변통성이 절실한 시대에 세상을 읽으면서 사회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겠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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