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사업 육성강화에 대한 조언
문화관광사업 육성강화에 대한 조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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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 조에서 간추려 본다.

1. 헌강왕이 낮에 바닷가 정변(汀邊)에 쉬고 있었다. 동해 용의 조화로 운무가 생기자 원인을 알고 처리했다. 그곳이 개운포(開雲浦)이다. 2. 동해 용은 일곱 아들을 거느리고 왕 앞에 나타나 왕의 덕을 찬양하여 춤을 추며 풍악을 연주했다. 3. 그 중 한 아들이 왕을 따라 월성에 들어와 왕정을 보좌했다. 이름이 처용(處容)이다.

1은 정변이 개운포로 바뀐다. 포구는 외황강 하류의 기수역으로 운무의 출몰이 잦은 곳이다. 2는 동해 용과 그의 아들 일곱을 합하면 팔용(八龍)이 된다. 3은 현재의 대통령 비서실 근무요원으로 볼 수 있다.

사례 셋의 공통점은 동해 용왕과 그의 일곱 아들이다. 의문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용이 사람이 될 수 있나? 둘째, 용자(龍子)가 사람이 된 이름이 왜 하필 처용인가?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의 하나인 처용문화제는 지난해 제50회 평가보고회를 끝으로 20여 년간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가 이어왔던 활동을 마무리했다. 올해부터 처용문화제는 울산문화재단이 주관하게 된다고 한다.

처용문화제가 비록 울산의 대표 문화제라 하더라도 처용이 무슨 의미인지, 처용과 울산이 어떤 관계인지, 역사적 팩트(Fact)인지 아니면 허구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처용의 신분 또한 학자에 따라 지방 호족, 이슬람 상인 등 의견이 분분하나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고가(古歌) 연구의 권위자 양주동(梁柱東.1903∼1977) 박사의 말을 인용한다.

“처용(處容)의 어의(語義)는 미상(未詳)이다. 처용을 속칭(俗稱) 제융이라 함에서 그것이 대개 치융·제융의 차자(借字)임은 확실하나 그 원의(原義)를 풀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생략) 처용의 어의를 한자어 추영(芻靈)에 의하였고 혹 어떤 이는 초용(草俑)으로써 이를 설하나 모두 한학자류(漢學者流)의 부회류설(附會謬說)에 불과하다”(梁柱東. 古歌硏究. 1957. 384). 양 박사가 1957년도에 단호하게 한 말이다. 박사는 처용의 어의(語義)를 끝내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후 후생가외(後生可畏)의 벽안(碧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기어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작고했다.

처용의 어의를 찾는다는 것은 정체성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노력은 1957년 이후 60년간 많은 학자들의 오랜 숙제였지만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처용에 관련된 발표논문이 다른 논문에 비해 숫자가 많지만 양 박사의 지적대로 기본적인 처용의 어의보다는 민속학적 규명 혹은 처용의 출신성분 규명에 원고를 할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교학적 관점에서 처용의 어의를 짐작할 수 있는 <비니모경>과 <법화경> 등 두 경전을 전거로 하여 독자들이 결과를 추론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본다.

4. 용이 변해 사람이 된 자(龍變爲人)는 수계(授戒)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비니모경) 5. 사가라 용왕의 여덟 살 된 용녀가 남자로 변하여 부처가 된다.(법화경)

4는 앞에서 언급한 의문점의 첫째인 용이 사람이 될 수 있나?라는 의문점을 해결해 주는 셈이다. 2의 의문점을 <법화경>에서 찾을 수 있다.

“여덟 용왕이 있었으니 나타 용왕, 발난타 용왕, 사가라 용왕, 화수길 용왕, 덕차가 용왕, 아나바달다 용왕, 마나사 왕, 우발라 용왕이 각각 수백수천 권속과 함께 있었다.” 사가라 용왕은 바다를 근거로 활동하는 용왕이다. 일연(1206∼1289) 스님은 팔대 용왕에서 사가라 용왕을 동해 용왕으로, 나머지 일곱 용왕을 일곱 아들로 각색했다.

5가 용녀성불설(龍女成佛說)이라면, 3은 용자왕정보좌설(龍子王政補佐說)이다.

개운포가 있는 외황강의 하류는 동해 바다로서 사가라 용왕의 활동 영역이다. 강의 발원지는 청량산, 영축산, 문수산 등으로 부르는 불교의 상징적 영산이다. 일연은 청도 운문사에 대해서도 주석을 달았다. 처용설화의 배경이 학성(鶴城. 979∼995)의 서남쪽 울주(1018) 바닷가 정변을 배경으로 삼은 것도 우연이 아니라 조직적, 의도적으로 복선(伏線)을 깐 것으로 본다.

용자가 사람이 되거나, 용녀가 남자로 변하여 부처가 되는 것을 허용한 것은 시대적 불교 대승사상의 영향이다. 이러한 사상의 이해 없이는 미물이 남자 혹은 여자가 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연은 이미 경덕왕(재위 742∼765) 때 ‘욱면비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 설화로 대승사상을 활용했다. 그 때 ‘향기 나는 사람이 된 것’을 욱면(郁面)으로 어의를 정리했다. 다음으로 ‘용자(龍子)가 비로소 사람이 된 것’을 처용(處容)으로 표현했다.

울산시가 새해부터 문화관광사업을 육성,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본질에 정확하게 접근해야 제대로 육성, 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구두선(口頭禪=말)이 아니라 족두천(足頭踐=실천)이 해답일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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