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어르신들의 듬직한 딸-고풍자 한라봉 회장
외로운 어르신들의 듬직한 딸-고풍자 한라봉 회장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01.0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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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체 꾸려 10년째 독거세대 끼니 챙겨

“봉사요? 하다 보니 내 자신이 더 행복해지더라구요.”

울산 동구지역에서 벌써 10년 넘게 독거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고풍자(57·사진)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느끼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물론 고 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냥 남을 조금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처음 ‘전·의경어머니회’를 통해 봉사를 시작한 고 씨는 봉사의 기쁨을 알게 돼 10여년 전 한라봉(한마음으로 나누는 봉사회)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30여명의 회원들로 이뤄진 한라봉은 그 때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300여 세대에 이르는 동구지역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기쁨을 전했다. 여름에는 주로 물김치나 단호박죽, 복날 삼계탕 등을 손수 만들어 노인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전달했고, 겨울에는 오곡강정을 직접 만들어 방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제공했다. 올해 겨울에도 한라봉은 그 동안 직접 만든 오곡강정을 6일 동구지역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뿐 아니다.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연중행사이고, 회원들과 함께 독거노인들에게 배달되는 음식들의 상태를 일일이 검수하는 작업도 매달 실시해 왔다. 여름에는 이동파출소 지킴이를 자처하며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봉사해왔다.

10년 넘게 노인들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동구지역 독거노인들 사이에서 고 씨는 어느새 ‘며느리’나 ‘딸’로 통한다. 손수 장을 봐서 정성스레 음식을 해 상을 차려주는데다 혹시나 상한 음식이 배달될까봐 음식 상태까지 챙겨주니 그럴 만도 하다는 게 노인들의 이야기다.

현재 한라봉 회장인 고 씨는 “독거노인 등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오래 하다 보니 이젠 다들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시아버지나 시어머니 같으시다”며 “손수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 동구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특히 많이 받았다. 이번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기회만 된다면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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