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미만의 대형작품 대가
20% 미만의 대형작품 대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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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남자는 땀 흘리며 밭을 일구고,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맛본다고 했다. 그러나 생산의 기쁨도 함께하는 부지런한 노동의 땀 흘리기보다는 요즈음의 대부분은 레저의 땀을 뽑아낸다.

조각가에 관한 일반관념은 로맨틱하고 정적활동의 어떤 시각인 것 같다. TV영상의 조각가는 비스듬히 쓴 베레모에 피어오르는 담배파이프를 물고 창밖이나 누드모델을 응시하는 사념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의 조각가 가 다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조각품 자체는 물상이다. 석재와 목재 및 금속은 물론이고 수명을 단축하는 합성수지 등의 물성(物性)과의 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소재를 다루는 조각가는 노동의 땀을 쏟아내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 같다. 미켈란젤로나 로댕은 90세를 넘겼고, 해방전후로 활동한 조각가들도 그 시대로서는 드물게 80세 이상으로 장수했다.

필자는 지난 9월부터 5m정도의 비교적 대형조형물을 제작중이다. 신축아파트조형물인데 점토로 원형을 조형한 후 거푸집제작을 거쳐서 강화시멘트소재의 원형제작을 마쳤다.

본체(本體)의 시멘트소재는 마감타일의 접착흡인력 때문이고, 파(破)타일로 모자이크하면 80%공정이 이뤄진다. 이 모자이크본체에 석재대좌와 미리제작중인 동(銅)주조의 문양들을 접합하면 제작 완료하고, 현장설치로 육체노동이 종료된다.

이렇듯 조형물제작은 원고쓰기와는 달라서, 다양내용을 함축하는 두뇌활동과 다양소재를 취급하는 다기능의 육체노동이 합성으로 이뤄진다.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고 정적활동으로는 이룰 수가 없다. 11월말로 조형물설치의 대가는 검사통과 익월 말부터의 60일 어음이다.

한달모임의 회원들은 필자의 이러한 조형물제작 이윤을 50%로 예상한다. 일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장한 브론즈소품을 감정하는 TV프로를 시청한 바 있다. 친분조각가로부터 선물 받은 작품인데, 필자의 대학졸업전시작품과도 너무 흡사해서 기억한다. 그 작품의 동(銅)주조비용은 100만원정도 소요되었지만 감정가격은 삼천만원이다. 따라서 조형이윤은 제작비의 30배가 된다. 이 엄청난 조형대가로 하여금 필경 필자조형물의 이윤을 50%이상으로 보는 회원의 일반시각 경향은 당연하다. 그리고 회원입장에서 보면 그 과도할 이윤을 거의 공짜로 취득한다는 인지사정도 내포한다.

아파트미술장식품도 건축과 같은 시행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다종결합과 다수동참으로 제작가능한 필자의 조형물 경우 재료비만도 4천만원이다. 이에 인건비와 경비를 합하면 조형물자체의 제작비는 계약전액의 70%에 이른다. 그리고 나서 세금과 공과경비 및 어음활인 등을 합하면 80%선에서 오락가락하게 된다. 일반적 예상과는 다르다.

필자는 50%는 고사하고 20%도 못 되는 이윤으로 차기작품을 의뢰받기까지 몇 년이고 버텨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고를 하면서도 일상작업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고 오히려 속 편하다. 왜냐하면 제작선정의 자부로 자존의 작품이 구현되어서 존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 향석 이동호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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