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과 4차 산업혁명
‘붉은 닭’과 4차 산업혁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03 2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은 우리 민족에겐 대대로 알과 고기를 제공하는 유용한 식량일 뿐 아니라 귀신을 쫓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닭의 볏(冠)이 관을 쓴 모습이고, ‘벼슬’과 발음이 비슷해 출세와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바라는 양반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했다.

올해는 특히 60간지 상 34번째인 ‘붉은 닭’의 해다. 역사적으로 정유년의 큰 사건들로는 ‘정유재란’과 ‘대한제국 설립’이 꼽히는데, 모두 우리 민족이 역경 속에서 자유와 번영을 일궈낸 중요한 기점이 됐다니 어려운 현실에 매몰된 대한민국이 복원력(復原力)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2년(2015~2016년) 연속 2%대 경제성장률, 1년째 분기성장률 0%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제조업 평균 가동률, 소비자심리지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 가계부채 1천300조원’, 이는 2017년 새해 대한민국 경제의 ‘민낯’이다. 지표상으로 2017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997년 전후와 유사한 상황이다.

어려운 경제계에 4차 산업혁명이 2017년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이란 가상공간과 현실이 ICT 기술로 네트워크화 되고, 집적된 방대한 자료의 분석과 활용, 사물 제어조종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발전을 의미한다.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란 각각의 기술이 아닌 앞선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만든 전통산업과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함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최근에 제시가 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 의제로 등장했다. 18세기 증기기관이 나오며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전기에 의한 대량 생산이 이뤄진 2차 산업혁명, 인터넷과 컴퓨터 등 IT 기술이 태동한 3차 산업혁명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초래한다는 면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과 달리 노동자의 일자리 중 대부분을 사라지게 만들거나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전체의 마트 계산대 직원 숫자는 86만명에 달하지만 바코드 기술과 사물인지 AI가 조금 더 발전하면 이 인력은 모두 실업자가 된다. 국내 ICT산업은 해외기술 의존도가 연간 50억 달러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인 동시에 또 하나의 위기가 될 전망이다.

지금 전 세계는 제4의 물결, 스마트사회 패러다임의 시대적 화두를 맞아 소리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고 창의적으로 개척하려는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전쟁의 참화를 입은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 제조업을 바탕으로 2차·3차 산업혁명을 잘 활용해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산업발전을 이룬 자본과 노동력 위주의 산업형태와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 그리고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수직적 상하관계로는 개인의 재능과 아이디어가 경쟁력이 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개방·공유·협력·창의라는 시대정신을 통해 기존의 물리적 기술 위주의 지향점 대신 인간의 행복과 존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정답만을 주입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 대신 폭넓은 사고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그 뜻을 펼칠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미래사회를 살게 될 다음 세대를 위한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