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선량(選良)
국회의원≠선량(選良)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2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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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최순실 국정농단 5차 청문회가 끝이 났다. 지금까지 청문회장의 국회의원들의 작태를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청문회의 목적이 의혹을 밝히고 범죄를 추궁하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어서 증인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자세는 필요하겠지만 필요 이상의 행동은 국민들의 불편하게 만든다.

연세 지긋한 그룹 총수들을 불러 놓고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시는 분들 손 들어보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당신 나이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여기 연세 많고 훌륭하신 분들 앞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기에다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무례한 언사를 벗어나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지역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고 부른다. 선량은 한나라 시대에는 지방 군수가 관리를 선발하여 조정에 천거했는데, 이때 군수에 의해 선발된 사람을 가리켜 선량이라고 했다. 이때의 선량이란 현량방정(賢良方正)하고 효렴(孝廉)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어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가리키다가, 현대에 이르러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이 선량이라면, 국회의원들은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하단 말인가? ‘예’라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청문회장에서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증인들이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을까봐 으름장을 놓은 것인지, 누구 말대로 청문회 스타가 되어보려고 하는 행동인지는 몰라도 너무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선량의 자질이 없다. 한마디로 지금 국회의원들은 선량이라고 할 수 없다.

작금의 정치권이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지켜보자면 국민들은 늘 실망과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계파갈등과 권력투쟁에 매몰돼 있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과연 국민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아무리 정치가 최선이 아닌 차악이라 하더라도 조변석개하며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된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청문회장에서 고함이나 치고 증인들을 무시하고 핀잔이나 줘서 망신시키는 일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1998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기업이 문을 닫고 직장에서 쫓겨나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때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가 더 큰 시련 앞에 서 있다는 점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경제에 민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는 국내외의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 경제의 경기회복 지연, 중국 등 신흥국들의 성장률 하락,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조선 및 해운산업 구조조정 지연, 정치적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가계의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었다. 또한 최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및 건설경기 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0%대의 낮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한 채, 1천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 재정적자의 큰 폭 확대로 인한 내수성장 동력 약화라는 문제만을 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온 나라가 최순실 사태에 올인하고 있다. 국정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상황은 정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더 이상 최순실 사태를 이유로 경제 문제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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