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와 기죽은 중산층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기죽은 중산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06 2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대통령 퇴진의 혼돈과 촛불민심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심리지수가 이번 달에 100 이하인 96을 기록해 전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8~200 9년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니 걱정이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경제지표와 관련성이 큰 6개 주요구성지수(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를 합성해 만든 지수로, 한국은행이 지난 2008년 7월부터 매달 발표하고 있다. 소비 심리, 소비자 성향 등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6년 11월의 소비자 심리지수 96은 올해 최저치로, 지난 6월 이후 다시 100 아래로 떨어졌다. 2008년 7월부터 이 지표가 집계된 이래 96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7년7개월 만이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전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2009년 초 사이에 81~88 사이로 낮은 수치를 나타내다가, 2009년 5월 105로 100 이상 수치를 회복한 이후 2009년 1월 117까지 올라갔다. 이후 100에서 110 사이를 오가다 올해 2월 98로 떨어지더니 이번 달에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박근혜정부 비리 의혹으로 탄핵 정국이 열리는 등 국정 불안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처럼 내수 위축에 수출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설상가상 ‘2017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에서 조사에 참여한 중산층 가운데 자신을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5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부정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설문 조사는 30∼50대 중산층 남녀 1천25명과 빈곤층 250명, 고소득층 2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산층은 지난해 통계청 기준 중위소득의 50∼150% 수준 소득을 올리는 계층으로 정했다. 조사에 참여한 중산층 중에서 자신이 실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는 43.3%에 그쳤다. 이들이 답변한 중산층의 이상적인 소득은 월평균 511만원이지만 실제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36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7.5%는 은퇴 후 예상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으로, 부부 기준 2인 가구 빈곤층 기준(137만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노후 예상 월 소득이 빈곤층과 중산층 경계인 100만∼150만원이 될 것으로 응답한 사람도 21.4%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계층별 평균 수면시간을 보면 고소득층 6.5시간, 증산층 6.4시간, 빈곤층 6.2시간 등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길었다.

점심 비용도 고소득층 6천500원, 중산층 6천200원, 빈곤층 5천700원 등으로 차이가 났다. 4년제 이상 대졸자의 비율은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각각 61.5%, 77.2%로 높았고 빈곤층은 33.6%에 그쳤다. 10년 후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가로는 미국(26.5%)보다 중국(63.8%)을 더 많이 꼽았고 중산층 10명 중 8명은 10년 후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지금보다 떨어지거나 유사할 것이라고 봤다.

이제라도 배신감과 불안에 가득 찬 국민들에게 복원력을 가져다주는 정치권의 노력이 시급하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우리들의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이 그립다. 부디 대한민국도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나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 소망이란 어둠 속에 두 손을 믿음으로 모으는 것이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대한민국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