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의 숙제
울산시립미술관의 숙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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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울산시는 내년말까지 시립미술관 건립공사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18년 착공해 2020년 1월 준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에 앞서 미술관운영방안 연구용역이 현재 진행중이다. 용역은 연말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다.

이번에 건립되는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지역 최초의 공영미술관이 된다. 그만큼 울산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미술관은 우여곡절 끝에 원도심의 북정공원 일원에 짓기로 결정됐다. 부지의 성격 때문에 미술관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많은 제약을 안고 있다.

북정공원은 울산객사터와 울산동헌 사이에 있다. 동헌은 이미 복원됐고 울산객사 또한 장차 복원 또는 정비될 예정이다. 그 사이에 짓는 미술관은 이 두 곳의 연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부지의 가용면적도 충분하지 못하다. 장차 미술관의 영역을 확장할 여지도 없다. 그러면서 미술관은 울산 원도심 지역의 르네상스를 선도해 도시기능을 획기적으로 전환해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장차 분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미술관 설계단계에서 향후 설치될 분관과의 역할분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건립되는 미술관은 울산시립미술관 본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향후 특성을 지닌 분관들을 차례로 건립해 나간다는 중장기계획이 지금부터 수립돼야 할 것이다. 결코 쉬운 숙제가 아니다.

새 미술관은 미술관의 여러 기능 가운데 우선 교육기능에 많은 비중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울산은 그 동안 미술관이 없는 고장이었다. 지역 미술문화의 저변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울산에서 성장한 기자는 초·중등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미술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이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과정에서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학교의 미술교육이 온전히 이루어질 리가 만무했다.

새 미술관은 시민들의 미술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단기과제와 지역의 미술문화 저변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장기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범한다.

일반 학교의 미술교육은 감상능력을 함양하는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본다. 전체 학생들 가운데 미술을 전공하게 되는 학생은 어디까지나 소수이다. 이 소수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어차피 학교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술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다른 예체능계와 마찬가지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장차 미술 감상자 또는 소비자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들 대부분의 학생들에 대한 감상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지역 미술문화의 저변 확장은 요원하다.

새 미술관이 지역 학교와 연계해 자라나는 학생들의 미술교육을 충실히 추진하면서 지역의 미술문화를 육성해나가는 것이 미술관의 중장기 과제인 것이다.

소비의 증가는 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고 공급을 촉진하는 것이 기초적인 경제원리이다. 미술가들의 창작활동도 미술품 감상자, 즉 소비자가 늘어났을 때 탄력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소비자 또는 소비문화 없이 공급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술문화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고급화하려면 우선 감상자의 저변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면서 달라질 울산의 풍속도를 기대한다.

<강귀일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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