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갑질’
현대차 노조의 ‘갑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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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갑질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는 이 때, 현대자동차 노조가 신입사원 교육에서 노동조합에 ‘쓴소리’를 한 전직 노조 간부를 징계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는 현 강성노선 집행부와의 대립 구도에서 발생한 희생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징계 과정도 불공정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어 노조가 자정 노력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당시 전(前) 간부는 신입사원 교육에서 해외공장과 비교해 울산공장의 편성효율(생산성)을 더욱 높여야 하고 조합비를 아껴 조합원들의 후생복지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요지의 ‘바른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웃픈이야기’는 현대차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갑질의 횡포’로 보인다.

한동안 ‘피로사회’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갑질사회’라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 파생된 말로서 갑질 논란의 핵심은 근거 없는 불평등에 기인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힘깨나 쓴다는 상위계층뿐만 아니라 중간계층 이하까지 ‘갑질’을 저지른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약하다 싶으면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갑질’을 하고 만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는 ‘애국심’이 발동하여 국민들이 보듬어준 덕에 세계 5위권 판매업체로 발돋움한 ‘국민기업’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동차산업은 우리 제조업에서 고용의 12%, 생산의 13%,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지만 명분 없는 지나친 파업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현재 생산량 기준 세계 5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도, 멕시코 등 신흥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추격이 눈앞에 닥쳐 있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인도에 세계 5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1987년의 ‘6월 항쟁’과 ‘6·29 선언’을 계기로 노사분규가 폭발함으로써 본격적인 노동조합운동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1987년 이후 기업 단위의 임금교섭이 임금결정 방식의 주축이 된 뒤로 일부 대기업의 경쟁적인 임금 인상을 통해,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확대로 근로자 간에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자가 당선되자 모든 분야에 비상이 걸렸다지만 그 중 핵심 동력인 자동차산업에 눈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자가 한·미FTA로 인한 일자리 실패를 거론하고 있어 재협상이 구체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출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대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거운 과제로 다가올 수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사회 불평등의 원인인 임금격차를 절대가치로 존중하고 사수하는 ‘절대권력’을 가진 세력으로 근로자만의 이윤을 추구하면 결국은 소비자들도 언젠가는 외면한다는 사실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연령과 계층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갑질’은 자기파괴적이며 부메랑이 돼 돌아올 뿐이라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들 도덕적 분노 없이는 어떠한 사회적 변화도 생결날 수 없다고 한다. 필자도 근거 없는 불평등에 대한 시정의 외침만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덜 불평등한 사회로 안내할 것이라 확신한다. 세상은 아름답게 지는 방법보다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양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지금보다 한 뼘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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