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향한 꿈과 소망
노벨문학상을 향한 꿈과 소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0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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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을 선정, 발표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하며, “지난 5000년을 돌아보면 호머와 사포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라며 다소 의외였던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소설·희곡 등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본격 문학 작가가 아닌, 노래로 더 널리 알려진 싱어송라이터가 선정된 것은 노벨문학상 116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사회성 짙은 작품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온 한림원이 부조리에 끈질기게 맞서며, 대중의 삶을 다독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그의 매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천재 시인 ‘랭보’와 ‘예푸트센코’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노벨문학상의 가장 큰 파격은 싱어송라이터가 수상자가 됐다는 데 있지만은 않다. 더 놀라운 파격은 ‘책’이 아닌 다른 텍스트에 상이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노벨문학상 역사에서 종이에 인쇄된 책이 아닌 다른 형태의 텍스트에 상이 주어졌던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116년 동안 지켜온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이번 노벨문학상은 펜 이외의 도구로 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의미의 상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던 그날 나는, 마침 인사동에서 선후배 문인들과 조촐한 모임을 갖고 있었다. 참석한 문인들이 행사 뒤풀이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노벨문학상이 뜨겁게 거론되었다. 노벨상의 꽃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아직 한국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늘 안타깝게 여겨오던 문인들이 급기야 울분(?)을 터뜨리고 만 것이다. 해마다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고은 시인이 거론되긴 하지만 국민들의 애만 태운 채 무산되고 말았으니 그 안타까움이야 문인들에게는 몇 배나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노벨상 수상국에 이름만 간신히 올렸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오랜 동안 한국이 노벨상 여러 분야 중에서 가장 수상이 유망한 분야는 문학상이란 평가를 국내외 문학인들에게서 줄곧 받아 왔다. 그것은 주변 강국들의 숱한 침략 속에서도 면면히 민족의 주체성을 유지해 온 한국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동족상잔의 참상, 그리고 이산가족의 비극은 그야말로 문학적 형상화에 더할 나위 없는 값진 소재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를 놓고 문학계에서는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국문학을 해외에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온 바 있다. 작품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인지도가 떨어지면 수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 작품을 주요 언어로 번역하고 해외에서 출판하는 데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꼬리를 물었다. 따라서 한국적 경험과 정신세계를 대표할 만한 한국 문학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영어, 프랑스어 등 노벨상 심사대상 언어로 번역하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지난봄,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노벨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 뒤 영국에선 많은 이가 이 상을 통해 한강의 소설을 읽고 한국 문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강의 또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가 번역되자마자 출간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한 바 있다.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에 대한 파격적 반응이었다. 한국에서는 시들해져 가던 문학 시장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느 대형서점 조사에선, 지난여름 소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보다 더한 돌풍을 국내외에서 일으킬 게 분명하다.

이제 세계 문학계는 더 많은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해 소개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깊어 가는 가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도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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