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RESET)이 필요한 대한민국 정치
리셋(RESET)이 필요한 대한민국 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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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마다 반복되어 온 집권 4년차 ‘주홍글씨’가 박근혜 정부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나타났다. 자연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임계점에 다다른 성난 민심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창피하다를 넘어 분노상태였다가 이젠 걱정을 넘어 허탈감에 매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는 ‘새누리당의 균열’이며 ‘대한민국 정치의 무능’이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과 비박 간에 이전투구(泥田鬪狗) 중이고 동업자정신이 실종된 제1야당의 대표는 해법보단 ‘사교’, ‘교주’, ‘악마’란 독설을 쏟아내며 석고대죄(席藁待罪)하라고 정치공세 중이다. 필자는 분명코 이번 사태의 책임엔 야당 정치인들도 자유롭지 못함을 고(告)하면서 대한민국 여야 정치인 모두의 석고대죄를 위해 멍석이라도 깔아주고픈 심정이다.

임기 4년차를 맞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레임덕’과 ‘게이트’를 한 번에 뛰어넘었다. ‘레임덕(lame duck)’이란 원래는 ‘기우뚱거리는 절름발이 오리’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권력 누수 현상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대통령의 임기 말년에 레임덕과 함께 세트로 나타나는 ‘게이트(gate)’는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1972년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하였다.

흔히들 한국정치의 판도는 계파가 결정한다고 한다. 계파정치는 수장이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과 그를 둘러싼 인맥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수장과 계파의 인맥이 계파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실익’을 주지 못할 정도로 약해지거나 정치위기에 따라 감소할 경우 계파 간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시작된다.

대개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되는 인물은 한 계파의 수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서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계파의 이합집산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역대 정부를 봐도 시기는 다르지만 임기 중반 이후에는 계파 분열이 시작됐고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내부 비리가 집중적으로 터지면서 정권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모든 권력은 속성상 욕망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런 욕망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은 조급증을 낳게 마련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조급증이 심해지면 무슨 일이든 파국을 부르게 마련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5명의 대통령 중 4명은 임기 말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정당을 떠났다.

유일한 예외인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마지막 해인 2012년 내내 새누리당으로부터 강한 결별 요구를 받아야 했다. 여당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를 더 유지시키고 싶지 않아 했으며 대통령 역시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당에 적(籍)을 계속 둬야 할 명분이 갈수록 약해지면서 ‘잔혹사’와 같은 대통령의 탈당은 되풀이됐었다.

성능 좋은 컴퓨터를 잘 사용하다가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내부에 쌓여 어느 순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리셋 기능을 활용한다. 이젠 문제투성이 대한민국을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한 번쯤 ‘리셋(RESET)’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돌아가 재정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에서 최대 희생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최고로 상처받았다. 정말 걱정해야 할 사람은 우리 스스로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민이다. 역사는 언제나 아래로부터 바뀌어 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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