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받는 대중가수 ‘밥 딜런(Bob Dylan)’
노벨문학상 받는 대중가수 ‘밥 딜런(Bob Dylan)’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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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지난 13일 발표되었다. 대중가수인 ‘밥 딜런(Bob Dylan)’이 선정되어 그 반향이 매우 크다. 그는 노래 가사를 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75세의 유태계 미국인으로,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오다가 마침내 올해에야 영광을 안았다. 포크송을 현대예술로 탈바꿈시킨 음유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작사·작곡에다 노래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수상자로 뽑은 이유를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문학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은 ‘밥 딜런’이 처음이다. 역사가 ‘테오도어 몸젠’이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20세기의 지성 ‘버트런드 러셀’은 비 문학인이지만 유려한 문체와 사상을 인정받아 수상자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벨라루스의 기자 출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수상자가 되어 놀라움이 컸다. 하지만 시대를 풍자한 대중가수가 수상한 것은 노벨상 115년 역사에서 최초이다. 그 어떤 시인도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자유와 평화를 가장 쉽게 대중들에게 전달한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그는 노래 가사에서 다루는 주제부터 달랐다. 반전과 평화, 자유, 저항정신을 주제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대표곡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에서도 보여주듯 직접적인 구어체 가사가 아니라 서정적이고 시적인 은유와 상징을 구사했다. 또 다른 대표곡인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Knocking on Heaven’s Door)’ 역시 전쟁 또는 죽음의 종식, 평화와 안식을 향한 열망을 노래했다. 철학적 성찰이 바탕이 된 그의 시와 노래는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가로질러 새로운 미학적 공간을 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한때 그의 연인이기도 했던 ‘존 바에즈(Joan Baez)’의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그녀는 ‘포크의 여왕’이지만 가수 이전에 인권운동가였다. 반전론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마르틴 루터 킹’ 목사를 만나 ‘비폭력주의 운동’의 길에 동행했다. 그녀는 평생을 ‘음악에서 그렇듯 생명의 편을 들지 않는다면 소리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소용없다’는 소신을 견지해 왔다. ‘밥 딜런’도 ‘존 바에즈’의 신념에 동의하면서 같이 활동하다가 생각 차이로 그녀를 시위 군중 속에 홀로 두고 독자적 길을 걸었다.

‘밥 딜런’은 귀를 위한 시를 노래에 담아서 대중 앞에 섰다. 그러나 그가 가수로서의 여정을 자주 바꿔 왔다면 ‘존 바에즈’는 일관되게 민권과 반전 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녀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이나 베트남 반전 운동뿐만 아니라 그 지평을 국제적으로 넓혀 나갔다. 이들이 한국의 70년대 유신시대의 통기타 가수들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 ‘양희은’이 부른 ‘아름다운 것들’은 ‘존 바에즈’의 번안곡이며, 그 외 많은 곡들이 불려졌다. ‘밥 딜런’에 버금가는 우리 가수로는 ‘아침이슬’로 대변되는 ‘김민기’를 꼽을 수 있다.

나의 노벨상에 대한 관심은 그리 깊지 않다. 상업고교를 다니면서 상식을 공부할 때 노벨평화상이나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대표작품 등을 외우는 게 최초의 관심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솔제니친’의 대표작품 정도가 기억되는 내용들이다. 노벨상과 관련하여 가장 몰입하여 완독한 책은 1986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의 ‘엘리제르의 고백’이다. 작가는 아우슈비츠에서 천운으로 살아남아 자전적 소설을 써서 상을 받은 것이다. 나는 아직 문학의 주변인이지만 30대 후반 그 무렵이 일생을 통틀어서 가장 책을 가까이 했던 시기였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백만장자가 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매년 주어지는 상이다.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영역에서 노벨상이 수여되다가 1969년에 경제학 분야가 추가되었다. 수상자 누적 수는 미국이 총 218명으로 우뚝하고 영국, 독일 등 서구 쪽이 압도적이지만 일본도 무려 26명이나 된다. 아시아계로는 인도의 ‘타고르’가 시집 ‘키탄잘리’로 191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이 있지만 한반도는 오히려 북한의 핵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를 풍자하는 ‘밥 딜런’의 이름은 익숙하나 그의 노래는 내게 비호감이다. 오히려 ‘존 바에즈’가 훨씬 가창력이 있고 매혹적이다. ‘밥 딜런’은 저항의 상징이긴 하나 정작 그 자신의 사생활은 망나니라는 평가가 따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비음 섞인 음색으로 시적 표현을 노래에 담아 무대 위에서 건재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전쟁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이정호 북구문화원 부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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