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장선생님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장선생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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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 OO예술회관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여러 가지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KTX 기차를 타고 김천에 있는 시골마을로 농촌 체험을 하러 가기도 했고,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문화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 땅의 아름다움과 우리 문화와 역사의 바른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체험의 장을 마련해 주려는 배려 덕분이었다.

지금 6학년인 딸아이가 1학년이었을 때 아빠와 함께 가족문화 체험으로 서울을 다녀오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은 일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그때의 체험 코스는 서울대학교와 규장각 박물관을 둘러본 후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서대문형무소와 서울의 궁궐(아마도 경복궁이었을 것이다.)을 체험하고, 인사동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코스로 짜여 있었다. 1학년 딸아이는 처음 가 본 서울이 내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것 같았고, 아빠와 둘이서 함께 자는 침대 방에서 잠이 들 때까지 쉴 틈도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간 일행들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사람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온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학생 4명이었다. 웃음과 장난이 떠나지 않았던 그 아이들에게 어느 학교에 다니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대답과 함께 교장선생님 자랑을 실컷 늘어놓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 정말 좋아요, 최고예요!”라며 서로 먼저 교장선생님 자랑을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조차 저토록 자랑하고 싶은 교장선생님이라면 평소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어떻게 대하실까? 상상만 해도 흐뭇했던지 ‘그런 분과 함께 근무하면서 좋은 모습을 따라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절로 들었다. 상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딸아이도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까지 스스로 자랑하고 싶은 교장선생님과 1년이라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혼자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학년이었던 딸아이가 성큼성큼 자라더니 벌써 6학년이 되었다. 어릴 때는 눈물이 많이 흘리고 수다도 많이 떨던 아이가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자기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곤 한다. 입시학원을 다니지 않다 보니 또래 아이들보다 귀가 시간이 빠른 편이어서 저녁 식사는 늘 가족들과 함께 하게 된다. 딸아이는 저녁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종종 이야기하는데 가끔씩은 “우리 교장선생님이…”로 시작되는 말을 꺼내는 일이 많아졌다.

1학기에 수학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수학여행 이야기를 하더니, 며칠 뒤에는 수학여행 기간 동안 교장선생님이 6학년 교실 앞 복도 청소를 다 해주셨다면서 “대박”이라며 싱글벙글거리기도 했다. 하루는 교장선생님이 농부들이 일할 때 쓰는 챙이 넓은 모자(밀짚모자)를 쓰시고는 학교에 있는 나무들을 큰 가위로 예쁘게 다듬는 것을 보았다며 “엄마, 우리 교장선생님 정말 좋아!”라며 마구 자랑을 해댔다. “좋은 교장선생님이랑 함께 있어서 좋겠구나!” 했더니 딸아이는 기분이 무척 좋은지 씨∼익 웃기까지 했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학교의 제일 큰 어른인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준다는 것은 배우는 학생들에게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가르침을 베풀어 준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의 입장뿐만 아니라 같은 교직자로서 훌륭한 선배님을 모시게 된 것 같아 절로 머리가 숙여질 따름이다.

아이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화정초등학교 김인환 교장선생님! 딸아이의 일생에 ‘좋은 교장선생님’이라는 따뜻한 기억 한 조각을 남길 수 있는 행복을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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