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흔적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흔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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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순식간에 일어난 태화강의 범람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전국의 방송·신문에서 울산은 단번에 핫이슈가 돼 있었고, 태풍 차바가 할퀴고 지나간 영상 속의 수마(水魔) 흔적은 보기에도 끔찍했다. 이번 태풍과 폭우의 기습은 전혀 예상 밖이었고 빠르기는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았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택가로 덮치듯 쏟아져 들어가는 거센 물살을 보면서 사람들은 안타까운 듯 장탄식만 쏟아낼 뿐이었다.

긴박하게 펼쳐지는 수재의 현장을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신문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취재차량을 몰았다. 태화시장과 우정시장을 끼고 있는 태화교 북단의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 통제되고 있었다. 비상등을 켜놓은 채 차에서 내려 침수된 도로변이며 태화시장 샛골목을 셔터를 눌러 찍으며 하나둘씩 담아 나갔다. 영상과 사진 속의 장면들은 다름 아닌 전쟁터였다. 물이 차올라 빠지지 않는 현장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차를 돌려 우정시장 쪽으로 들어갔다. 이곳 역시 난리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태화강 수위가 어느 정도 높아졌는지 살피고 싶어 방향을 틀었다. 태화교 방면은 정체가 심해 극도로 혼잡했다. 태화강의 유속은 넘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빨랐다. 급물살은 진군하는 병사처럼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태화강 주변은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길 건너 태화시장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119대원들이 가슴까지 잠기는 물속을 헤치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침수된 시장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상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귀중품이라도 두고 왔는지 그 위험한 물속을 헤쳐 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태화루 건너편에서는 십리대밭교까지 차올랐던 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강병원 앞 도로변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버스 기사는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뒤 유턴을 하고 있었다. 긴급대책반이 도착하지 않았는지 대륜아파트에 산다는 자원봉사자 아주머니가 그쪽 방향의 차량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 이번에는 태화시장과 맞물리는 농협 앞 도로에 차를 세웠다. 저지대는 모두 침수된 상태였고, 태화시장 주변의 낮은 지대는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서슬에 물고기들이 팔딱팔딱 뛰어올랐고 아이들은 그걸 잡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아저씨 한 분이 팔뚝만한 크기의 잉어를 잡아서 비닐봉지에 담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저런 사진과 단신기사를 국민일보 기자에게 전송했더니 인터넷판에 올려주기도 했다. 그날 저녁은 울주군 범서 쪽으로 차를 몰았다. 다음날 범서에서 중대한 행사가 있어서 미리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태화강변을 따라 멈추어 선 차량들의 정체 현상이 극심했다. 구 삼호교 아래를 지날 무렵 강변 주차장 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세워두었을 차량들이 폭격이라도 맞은 듯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었다. 두더지처럼 곤두박질치듯 아래로 향한 차량, 차량들끼리 아래위로 포개져 있는 장면도 시야에 잡혔다.

지난 6일 만났던 반천아파트에 사는 한 목회자는 “반천아파트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 몽땅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상황은 아주 심각했다. 아파트 차량들이 물에 잠긴 모습은 다음날 조선일보 1면 톱기사로 실렸다.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차량들이 견인돼 갔다는데 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수소문해서라도 찾으러 가야 된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아 보니 작천정 임시보관소로 옮겨졌다고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들이 지난 주 예고 없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약속처럼 찬연하게 다시 떠오른 태양이 지상의 인간들을 위무(慰撫)하듯 대명천지를 선사하고 있다. 수많은 태풍피해 주민들이 넋을 잃고 주저앉아야만 하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복구에 혼신을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 같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중구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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