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하나되는 우리나라 국민성
위기 때 하나되는 우리나라 국민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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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지진, 조선업 구조조정,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상처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잘 나가던 울산이 지금은 최대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지역 분위기가 태풍까지 겹쳐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기 때 강하다. 재난이나 대형 인명피해 등의 사고 발생시 ‘나’보다는 ‘우리’라는 생각을 먼저 갖는 탁월한 국민성을 갖고 있다. 이번 울산 태풍에서도 이런 강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피해 복구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물밑 듯이 찾고 있다.

강원도, 광주, 경기도, 충청도, 대구 등 전국 시도에서 태풍 피해로 시름하고 있는 울산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흔쾌히 나섰다. ‘위기’때 하나가 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참모습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국민성을 갖고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지 않을 수 가 없다.

태풍 ‘차바’로 수해를 입은 울산에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서서히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중구 태화동주민센터 앞에 트럭이 한 대 섰다. 트럭 적재함에는 가스레인지와 면을 뽑아낼 수 있는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인 ‘한국SNS연합회’의 ‘사랑의 짜장차’였다. 경기도 광명 등에서 왔다는 이 단체 회원 10여 명은 면을 뽑고 삶으며 짜장면을 준비했다. 점심이 되자 인근 태화시장 피해 상인부터 다른 자원봉사자들까지 길게 줄을 서 한 끼를 해결했다. 같은 시각 태화시장은 각종 종교단체, 시민단체 회원들이 물건에 남은 진흙을 씻어내고 쓰레기를 치웠다.

울산시와 5개 구·군 공무원, 군부대 장병, 경찰, 기업체 임직원, 자원봉사센터와 적십자, 바르게살기협의회, 특전동지회 회원, 주민들도 일심동체가 돼 피해 복구에 참여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심한 중구 태화종합시장에는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복구 작업을 벌여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어 다행이다.

이번 태풍으로 대규모 침수 피해를 본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도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공무원과 봉사단체,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주차장과 지하시설 피해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물청소 작업 등을 벌였다.

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임직원 1천여명이 주축이 된 복구팀은 울산의 대표 관광 명소인 태화강 대공원과 십리대밭, 삼호철새공원 등에서 태풍에 떠내려와 쌓인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 울주군 12개 읍·면 가운데 침수피해가 컸던 삼동면과 웅촌면에도 군청 전 공무원이 비상근무하며 복구에 앞장서고 있다.

울산시와 기초단체는 이번 주부터 농경지나 비닐하우스 등 도심 외곽 복구작업에 집중한다. 아직 복구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울주군 지역 농경지나 농촌 마을 침수지역 등이 많기 때문이다.

울산은 태풍 차바로 사망 3명, 부상 2명 등 5명의 사상자와 이재민 140여 가구 320여 명이 발생했다. 주택 침수 2천502건, 차량 침수 1천668건, 도로 침수 608건, 공장 침수 107건, 산사태 21건 등이 신고됐다. 농경지가 가장 많은 울주군에서는 벼나 배 농사를 비롯한 농업시설이나 영농피해가 20여 건 신고됐고, 피해 규모는 900㏊에 달했다.

태풍이 쓸고 간 상처를 치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상처는 아물게 돼 있다. 지금 전 국민들이 보여 준 따뜻한 마음이 울산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울산시와 시민들도 전국에서 몰려 온 자원봉사자들의 아낌없는 지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최인식 편집국 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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