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두 모습
같은 시각 두 모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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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지역에 시간당 125mm의 집중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현대차 울산공장에 출고 대기 중이던 완성차 수백 대가 하마터면 물에 잠길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 같은 위급사태는 사내에 긴급 전파됐고 직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도 나도 발 벗고 나서 현장으로 출동했다.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직원들은 일부 침수차량을 이동시키고 침수가 우려되는 차량 수백 대도 안전지대로 긴급 이동시켜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자칫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끔찍한 순간이었다.

이들의 자발적이고 신속한 현장수습은 사전예고 없이 벌어진 일이라 더욱 값진 것이었다.

그런데 급작스런 폭우로 일부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이 멈춰선 같은 시각. 현대차 직원 수백 명이 차량 대피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 노조 임원들은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경투쟁에 나섰다.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동조합 명운을 걸고 막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불법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 진다.

부품협력업체 등 그동안 노조의 파업으로 생사의 위기에서 고통을 받아온 이들은 여전히 안중에도 없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노조가 이를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하면 불법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바람과 폭우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차 한 대라도 건져내려 사력을 다하는 직원들의 모습과 예정된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도 천재지변 정도로 치부하며 상관할 바 아니라는 노조의 모습. 올해 임금협상에서 불황이나 타인의 고통에는 전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온 노조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자연스레 겹쳐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투쟁은 적어도 때는 가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현대차의 경우 노사가 서로 힘을 합친다면 단기간에 도요타도 따라잡을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데는 현대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애쓰는 직원, 회사를 곤경에 빠트리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직원, 무엇이 정도(正道)인지는 길가는 유치원생을 붙잡고 물어봐도 명확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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