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시작, 계속 이어나가는 게 참된 교류”
“만남은 시작, 계속 이어나가는 게 참된 교류”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10.0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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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 치즈 일본 니가타시 울산우호회장
 

일본 혼슈(本州) 중북부 니가타현(にいがたけん, 新潟縣)의 현청(縣廳) 소재지 니가타시(にいがた市)의 친선방문단 일행 21명이 지난달 29일 울산 땅을 밟았다. ‘울산-니가타 우호협력도시 체결 10주년’을 기념하는 방문이기에 특별히 그곳 시노다 아키라 시장과 와타나베 카즈미츠 시의회 부의장이 그 앞줄에 섰다. 일행 속에는 울산 사정에 가장 밝은, 그러기에 더욱 환해 보이는 다무라 치즈(田村 千津) 여사(57, 니가타시 울산우호회 회장)도 섞여 있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그 다음날 오후 5시쯤 방문단 일행의 숙소이자 2시간 후면 ‘10주년 축하회’가 열리기로 예정돼 있는 울산 롯데호텔의 1층 커피숍에서였다. 첫 대면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 것은 그녀 특유의 친근감 때문이었을까? 통역은 숭실대학교를 나왔다는 홍채리(니가타시 관광·국제교류부 국제과 근무)씨가 맡아주기로 했다.

지진 안부 주고받는 데만 1시간 반 걸려

다무라 치즈 여사가 울산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2002 한일 월드컵 대회’가 인연의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울산시와 니가타시가 우호협력도시의 연을 맺은 것보다 5년 앞선 일이다.

한일 월드컵 대회 1년 전인 2001년, 울산 학성중학교 축구부원들이 친선교류 차원에서 니가타시를 찾아갔다. 학성중 축구부원 4명이 다무라 여사의 자택에 ‘홈스테이’로 머물게 되었다. 이 때 알게 된 사람이 ‘이희완’이란 학생. 그녀는 20대 나이의 이씨와 아직도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끈끈하게 이어 오고 있다.

“지금, 27세쯤 됐을 거예요. 직장은 부산이고 자택은 KTX 역 근처로 옮겼다던데, 이번에 울산 온다는 소식도 문자로 알려드렸어요.”

이러한 만남이 훌륭한 우호교류의 바이러스로 작용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두 사람이 네 사람으로, 시간이 흐르고 쌓일수록 우정의 가지가 무한대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는 이가 자꾸만 불어나다 보니 안부 메시지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만 해도 만만치가 않다.

“얼마 전 (경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잖아요? 그 소식을 듣고 다들 괜찮으신지 안부 묻는 메일 보내고 답장 받는 데만 한 시간 반이나 걸렸어요.”

“공원 걷는데 저도 몰래 눈물 흘렸어요”

지난 8월 초 지역축제에 즈음해서 니가타시를 찾아간 김기현 울산시장도 울산시립무용단원들도 그렇게 가까워진 사람들이다. 이날 저녁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진행된 ‘10주년 축하회’에서도 그녀는 아는 분이 눈에 띄는 대로 테이블로 찾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울산 축구협회, 동해누리, 시립무용단 사람들도 모두 그런 식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지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울산을 왜 좋아하는지 묻고 싶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울산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라는 것. ‘다시 보고 싶을 만큼’이라는 표현도 곁들인다.

2009년 8월, 다무라 여사는 울산의 지인들에게 띄운 편지글에서 감상에 젖은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적었다.

“지난 8월 1일부터 5일까지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밤에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활기에 차 있어서 부러웠습니다. 너무나 좋아하는 울산에서의 감동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울산에 감사드립니다.”

이 편지글은 지인의 한 사람인 정동석 기자의 번역으로 그 해 9월 7일자 울산제일일보에 소개됐다. ‘어느 일본 공무원의 울산 사랑’이란 제목으로. 그녀는 지난 7월 울산우호회 회원 20명과 더불어 울산을 방문 한 직후에도 여러 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글을 띄웠다.

“울산시와 니가타시가 교류협정을 맺은 지 10년째가 됩니다. 시민교류도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만남은 시작이며, 그것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참된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교류는 또 다른 교류로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시민교류’란 ‘니가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약칭 니사모)’과의 우호교류를 의미한다.

 

▲ 한복 입은 다무라 치즈 일본 니가타시 울산우호회장.

이연주 ‘니사모’ 회장은 기모노… 우호 상징

다무라 여사가 울산-니가타 두 도시의 시민교류 가교 역을 자임하고 ‘울산우호회(蔚山友好會)’ 회장직을 맡은 것은 어느덧 6년째다. 이 모임을 우리 식으로 이름을 붙이자면 ‘울산을 사랑하는 모임’ 즉 ‘울사모’다. 현재 니가타시의 친(親)울산 시민 20명이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우호회 회장직을 맡기 전까지는 그저 혼자서 울산을 좋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회장직을 맡고 나서부터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울산을 PR하는 일에도 신경을 쏟게 된 것이다. ‘울산 우호의 날개’란 이름으로 2년에 한 번씩 ‘울산 투어’에 나서는 것도 울산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한 배려가 깔려 있다. 지난 7월 중순의 울산 방문까지 합치면 횟수가 벌써 네 번을 채웠다.

그러나 정작 다무라 여사 본인은 관광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울산을 여러 번 찾아왔지만, 가까운 지인들과 산책이나 쇼핑을 그저 담담하게 즐기고 싶을 뿐이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화답하는 모임이 지지난해(2014년) 11월 울산에서 태동한 것.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회원 60명을 거느린 ‘니사모’(=니가타를 사랑하는 모임)가 바로 그 모임이다. 우호교류의 파트너가 된 ‘니사모’ 회장은 울산국제볼런티어센터(UIVC)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이연주 울산과학대 실무외국어학과 교수(국제교류·어학센터장).

이날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울산-니가타 우호협력도시 체결 10주년’ 행사장에는 다무라 여사가 조선 왕실의 중전마마 의상 차림으로 우아한 자태로 뽐내 시선을 모았다. 알고 보니 이 의상은 지난 7월 울산을 찾아 온 다무라 여사에게 이연주 니사모 회장이 친선우호의 뜻으로 장만한 마음의 선물이었다. 이에 뒤질세라 이연주 ‘니사모’ 회장의 옷차림 역시 좌중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다무라 여사가 답례로 선물했다는 ‘기모노’ 차림이었던 것. 우아한 자태의 중전마마 의상, 그리고 화사한 색감의 기모노 의상은 한일우호(韓日友好)를 상징하는 한 쌍의 기념품으로 다가왔다.

공기·물·인심에 쌀·술맛까지 좋은 니가타

거꾸로, 니가타의 자랑거리가 무엇인지, 다무라 여사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순간, 여사의 표정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니가타는요, 공기 맑고 물 깨끗한데다 사람들 마음씨도 참 따뜻해요. 술하고 쌀이 유명한데요. 물이 워낙 맑고 깨끗하다 보니 쌀맛도 술맛도 모두 좋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니가타 지방의 특산 니혼슈(日本酒) ‘코시노칸바이((こしのかんばい, 越乃寒梅)’를 서슴없이 추천한다. 사실 그녀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니가타 현 우오누마(魚沼)시에서 재배되는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 越光)’라면 밥맛 좋기로 이름난 일본 최고 품질의 쌀이다. 찰기가 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좋은 술을 빚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맛있는 쌀, 깨끗한 물, 알맞은 날씨를 든다. 어떤 이는 “미네랄이 풍부한 쌀과 니가타의 맛있는 쌀이 어우러지면 섬세하고 깔끔한 맛의 술이 만들어진다. 눈이 많고 기온이 낮은 니가타 현의 날씨도 술을 빚는 데 그저 그만이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류 마니아들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는 사케(さけ, 酒) 양조장이 2천여 개나 되고 그 중 90개가 니가타 지방에 있다. 놀라운 것은 100∼400년 전통의 사케 양조장이 니가타 지방에만 무려 80개나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양조장의 사케를 특별히 ‘프리미엄 사케’라고도 부른다.

이번에는 니가타 지방의 축제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얼마 안 있어 ‘니가타 소오도리 축제(にいがた?おどり祭)’라는 답이 돌아온다. 매년 9월, 니가타 시내를 온통 춤의 열기로 뒤덮는 전통 축제다. 어느 소개 사이트는 ‘재즈, 힙합, 훌라댄스 등 다채로운 장르의 춤을 추는 참가자들이 니가타 현내는 물론 일본 전국과 해외의 약 200단체 1만여 명이 집결해서 펼치는 춤의 제전’이라고 소개한다.

약 300년 전, 오곡풍작과 무병식재를 기원하며 나흘 밤낮 춤을 추던 기원제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하지만 2002년, ‘다음 세대에 전해줄 감동의 미래를 만들자!’라는 구호 아래 단 몇 명의 젊은이들이 손을 잡고 기획한 것이 오늘의 성공축제로 탈바꿈했다고 것이 정설이다.

‘雪國’ 고장서 공직생활…시민마라톤도 취미

다무라 치즈 여사의 고향 니가타현, 그리고 니가타시는 어떤 고장일까? 많은 이들은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을 떠올리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는 장면묘사로 시작되는 소설 설국. 그래서인지 ‘순백(純白)의 겨울 왕국’이니 ‘동화 같은 눈의 고장’이니 하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눈과 쌀과 사케가 유명하다 해서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다무라 치즈 여사는 그런 고장에서 아직도 공직자 생활에 몸담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약 7년간 니가타시 교육위원회 소속이었다가 3년 전부터는 자리를 니가타시 북구로 옮겨 봉직하고 있다.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을 그녀가 받았다. 잠시 생각을 다듬는 것 같았다. “지금 자녀 셋 모두가 독립해 나갔어요. 8월 19일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9월 14일엔 여섯 번째 손녀를 봤지요.” 종교를 묻는 질문에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취미가 무엇인지 말머리를 돌렸다. 스포츠라면 거의 다 좋아하지만 니가타시에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시민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 손꼽을 만한 취미라고 했다. ‘10km 코스’라며 겸연쩍어 하면서…. 163cm나 되는 날씬한 키에 미소 머금은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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