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의 조속한 합의를 기대한다
현대차 노사의 조속한 합의를 기대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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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을 사흘 앞둔 지난 5월 17일 시작된 현대차 임금협상이 아직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는 추석을 넘기고,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추분(秋分)도 지났다. 아무리 현대차가 대규모 기업이라고 하지만, 같은 식구끼리 의견을 맞추는 교섭이 일곱 절기를 넘길 때까지 결론나지 않은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익과 민생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나라간 교섭이야 몇 년을 끌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싫든 좋든 한솥밥을 먹으며 ‘회사발전’이라는 공동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교섭이 이렇게 장기화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에 있었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이 된 것은 노조집행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을 안긴 ‘매우 유감스런’ 일이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내 손으로 뽑은 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놓고 다시 찬반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옥상옥(屋上屋) 같은 불필요한 절차다. 노조 내부규약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자기 손을 스스로 묶는 행위나 다름없다. 어용노조 시비를 없애기 위해 만들었던 구(舊) 시대의 조항을 아직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을 보면 ‘진보’라는 단어를 노동계에서 쓸 자격이 있는가 묻고 싶다. 차제에 이 문제는 노조 내부에서 깊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각설하고, 지금 이 시대에 현대자동차에 몸담고 있다면 일단 월급쟁이로서는 최고의 지위군에 속한다. 일반 노동자가 2~3년에 걸쳐 받을 급여를 매년 받을 정도니까 말이다. “밖에 나가서는 절대로 세금 많이 냈다고 불평하지 말라.” 연말정산 때마다 현대차 직원들끼리 하는 말이다. 월급자의 절반가량이 면세점(免稅點) 이하의 급여를 받는 세상에 세금을 많이 냈다고 ‘불평’하는 것은 세금을 안 냈거나 적게 낸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들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간접적인 자랑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본인들도 고액연봉자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부결을 두고 “탐욕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매몰찬 소리를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물론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러나 내일도 일하고, 내년에도 근무하고, 나아가 정년까지 몸담을 회사라면 지나친 욕심은 삼가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탐욕에 불을 지피는 일부 노동운동가들의 달콤한 말 몇 마디에 현혹돼 앞뒤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적어도 현대차 조합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연봉 1억원 정도를 받으면 이젠 체면도 생각할 사회적 지위다.

일찍이 공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배는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이 시대 최고의 연봉군(群)에 속하는 현대차 조합원들에 이 말을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하지만 굳이 메슬로의 5단계 욕구설을 인용한다면, 현대차 직원은 생리적 욕구-안전의 욕구-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를 지나 이젠 사회적 존경의 욕구를 추구할 정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현대차 조합원에게 바라는 사회적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지루한 공방전만 계속할 수 없다. 무조건 많이 따내라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면 그 피해를 결국 본인에게 되돌아온다. 오랜만에 오늘 다시 교섭 대표들이 만난다고 한다. 비록 최종 교섭이 될 수는 없더라도 향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는 될 것 같다. 오늘 갖는 교섭재개가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가 하루빨리 합의점을 찾아 시민들의 걱정을 들어줘야 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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