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녹아있는 울산 전통시장으로…
인생이 녹아있는 울산 전통시장으로…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6.09.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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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성·인심·문화·음식 어우러지는 ‘시장의 맛’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모두가 넉넉하고 풍요로운 추석이지만 장사를 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최고의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명절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시장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차장, 아케이드 등을 설치해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온누리 상품권, 공동마케팅, 상인교육 등의 경영선진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아무래도 인간은 더 편리함을 찾기 마련이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이리저리 골목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전통시장에 비해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은 확실히 편리하다.

마트에 들어갈 때부터 주차안내요원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아 들어가서 카트를 끌고 물품별로 깔끔하게 매대에 정리돼 있는 물건을 담으면 된다.

본사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조직적인 홍보와 기획상품은 ‘골라잡는 맛’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정감을 느끼거나 인생을 엿보고 지역 특유의 색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여행전문가들은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시장을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 음식같은 특유의 색을 시장에서 가장 빨리 알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울산에도 호계장, 언양장, 중앙시장 등 그 지역의 문화를 대표하는 시장들이 존재한다. 이번 추석 꼭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울산지역의 시장 구경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정시장 국밥골목 단골집의 맛은 그대로인지, 호계장 최고 신사 양복집 사장님은 여전히 멋있는지 다시 가보자.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필사적으로 사달라고 졸랐던 옛날식 눈깔사탕을 마음껏 사보자. 시장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추억’이다.

◇원도심재생+야시장으로 부활 꿈꾸는 중구 전통시장

중앙전통시장과 태화시장, 학성새벽시장 등 울산을 대표하는 중구의 전통시장은 최근 엄청난 호기를 맞고 있다. 원도심 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젊은 인구가 젊음의 거리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인접한 중앙전통시장에도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는 등 생기가 돌고 있다.

여기에다 중구는 다음달 중앙전통시장에 ‘울산큰애기야시장’을 개장할 계획으로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가 선호하는 다양한 먹거리와 프로그램을 선보여 울산 최대 관광형 야시장으로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중구 전통시장의 최대 장점은 단연 먹거리다.

먼저 중앙전통시장은 ‘곰장어 골목’, ‘먹자골목’으로 불릴 정도로 먹거리가 풍성하다. 주인장이 정성스레 다듬은 곰장어를 불판 위에 올려 놓은 뒤 양념구이를 해먹으면 고소한 곰장어의 식감과 매콤한 양념, 아삭한 채소가 당신의 입맛을 다시 돋구는 역할을 한다. 일상에 지친 퇴근길, 동료와 담백한 소금구이에 소주 한잔을 곁들인 뒤 집에 있는 가족을 위해 카레향이 스며있는 통닭을 사서 들어가는 것도 추천한다.

중앙전통시장에는 ‘이모네’, ‘계원’ 등 이름난 통닭집들이 여럿 존재하는 등 ‘맛집’에 있어서는 울산 일번지다.

◇”한우만 있는건 아니다” 남구 전통시장의 다양한 즐길거리

한우로 유명한 울산시 남구 수암상가시장은 지난 4월 야시장을 열었다.

수암시장 중앙 사거리를 기점으로 거리마다 조성된 특화거리 중 으뜸은 물론 ‘한우거리’다. 수암시장은 한우 1+등급 꽃등심, 1+갈비살 600g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불금’에 가족, 친구들과 저렴한 한우를 즐기고 전통시장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핸드드립 커피를 한잔하는 것도 좋다.

수암시장에는 이밖에도 베트남 월남쌈, 중국 만두 등 다문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남구는 수암시장 외에도 야음시장 등 곳곳에 시장이 활성화 돼있지만 가장 돋보이는 곳은 신정시장이다.

남구 중앙로241번길에 위치한 신정시장은 1970년 개장했다. 1만2천28㎡의 면적에 상인회원만 300명에 달하고 농·수·축산물, 공산품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울산 최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근 시청, 은행과 각종 사무실이 많고 4개의 대로가 접한 환상적인 접근성때문에 인근의 사무직 근로자들은 굳이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가는 것이 더욱 손해다. 특히 칼국수, 국밥, 보리밥 등 음식특화골목은 신정시장의 명물이다.

◇’울산대교 시대’ 해뜨는 동구 전통시장으로

최근 울산대교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된 동구는 더이상 ‘외딴 섬’이 아니다.

이에 따라 남목·전하·월봉·대송·동울산 등 동구지역 전통시장들도 호기를 맞았으나 최근 사상 최악의 조선업 불경기로 그 분위기가 찬물을 맞았다.

이에 동구는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대왕암 전통시장 축제를 개최해 축 처진 동구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의 기를 살리겠다는 심산이다.

대왕암 전통시장은 정부차원에서 치뤄지는 쇼핑관광축제 ‘Korea Sale FESTA’의 일환으로 열리는 축제다.

울산동구상인연합회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월봉·대송·전하·동울산·남목전통시장 등 동구지역 5개 전통시장에서 시장별 대표상품 할인행사, 초청가수 공연, 경품행사 등을 다채롭게 마련한다.

월봉시장에서는 할인행사 품목으로 정육(삼겹·목살), 계란, 떡, 화장지 등을 내걸었고 대송시장에서는 축산과 과일, 반찬, 국수를, 동울산시장에서는 고춧가루와 떡, 삼겹살, 목살, 생닭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남목시장에서는 과일과 채소류,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를 싸게 살 수 있다.

◇해오름 동맹의 관문, 북구 전통시장

최근 울산은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기점으로 미래 동해안 시대를 맞아 동해남부권 주요도시인 포항-경주-울산의 ‘해오름 동맹’ 결성이 이슈다.

북구는 이러한 해오름 동맹의 울산 관문으로 울-포 고속도로의 나들목도 북구에 위치해 있다. ‘호계장’은 해오름동맹의 관문에서 가장 인접한 북구 최대 장터다.

호계장은 북구의 대표적 5일장으로 주로 상인들과 주민들을 위한 저렴한 식당과 생필품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계5일장에는 호계역을 이용해 인근 기장, 경주, 포항에서도 모여들고 농·수·축산물 등 없는게 없는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이에 북구는 호계장을 명물화 하기 위해 상인들을 대상으로 상인대학을 개설하고 상인연합회에서는 상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끼를 선보이는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되기도 한다.

강동권의 대표 시장인 정자시장을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정자시장은 구강동동주민센터앞에서 우체국까지 100m도 채 미치지 않는 골목길에 형성된 시장으로 1932년부터 비가오나 눈이오나 새벽에 열리는 번개시장이다. 지역어르신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과 다양한 수산물, 직접 기른 콩나물, 두부등 옛모습을 간직한 떡집, 참기름집, 미장원, 국밥잡 등을 구경하는 것도 사람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정자활어직판장과 100여m 인접해 있어 활어나 생선을 꼭 구입해 보는 것도 좋다.

◇서울산의 대표명물 울주 ‘언양장’

사실 울산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시장을 꼽으라면 단연 언양장이다.

조선시대까지 독립 고을로 교통의 요충지로 명성이 있었다. 이 같은 번영기 때문인지 언양지역 주민들은 특유의 지역 프라이드가 상당하다.

숯의 원료인 참나무 등 연료가 풍부했던 언양은 숯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대장간 영업이 활발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무쇠솥이 많이 만들어져 이 무쇠솥으로 끓인 소고기국밥과 언양불고기는 언양장의 대표음식이자 울산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됐다.

교통의 요충지인 탓에 청도, 밀양, 동래, 양산, 경주, 영천, 그리고 울산까지 7개 고을의 산물이 모이는 장으로 7읍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언양장은 현재도 영남내륙권의 산지 품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경상도 사람만이 구별할 수 있다는 영남권 각지 사투리가 섞이는 언양장은 억척스런 아낙네와 정겨운 인심 등 인생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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