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인가요?
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인가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0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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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업은 대학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다. 사실 필자 역시 처음부터 가르치는 일을 업(業)으로 생각하면서 인생을 준비했던 것은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학교로 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필자 주변의 지인-현재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들이 필자에게 묻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다. “요즘 애들은 어때? 우리 때랑 많이 다르지?” 세대가 다르니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아마도 그 차이점이 무언가 궁금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요즘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특징은 어떨까? 필자가 짧게나마 대학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그들의 의사결정에 관한 특징을 요약해 보면 크게 세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조심스러운 부분은 이 역시 필자의 살아온 경험의 주관치, 울산이라는 제조업 주력 도시의 특수성, 그리고 울산과학대라는 취업을 우선으로 하는 전문대학교 학생이라는 목적성 등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 지금부터 필자가 애기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해당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독자들은 이러한 성향을 지닌 젊은이들이 많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믿음이다. 가끔 필자의 연구실에 이러저러한 일들로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과 애기해보면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필자에게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지지를 바라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예를 들면 “제가 전공을 바꿔서 미용사가 되고 싶은데요. 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식이다. 물론 필자의 대답은 학생의 기대치와는 달리 “네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답해주는 편이다. 여하튼 필자는 20대 젊은이들의 이러한 특징이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의사결정의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하고, 책임도 자신이 지는 것이 올바른 성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20대에는 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충분한 지식을 갖추기 힘든 측면도 있지만, 여러 의사결정의 경험(성공, 실패 혹은 현상유지 등)을 통해 이후에는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응답(feedback) 시간이 짧아야 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처음 강의할 때에는 답이 없는 문제들도 시험에 내고, 연습문제를 풀 때에도 가능하면 힌트를 주어 스스로 답을 찾는 형태의 강의를 진행했었다. 특히 강의 시간에 퀴즈를 내면 늘 정답을 다음 강의 시간에 알려주곤 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강의 방식은 학생들에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현재 20대 젊은이들은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응답, 그것이 정답이든지 혹은 오답이든지 응답시간이 빠른 것을 선호한다. 바꿔서 애기하면 기다리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2010년 말경에 출간된 베스트셀러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단어와 단어 사이에 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고 읽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은 그러한 고민과 생각을 하도록 교육받지도 않았고 주위 환경도 그렇지 않다. 늘 하나의 고정된 정답을 빠른 시간 내에 찾기를 강요받아 왔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답을 빨리 찾는 것만이 절대의 선(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아프면 환자잖아요’, ‘아프면 병원 가야지 왜 저한테 그러시나요?’ 또는 ‘아프면 네이버에 물어보세요’ 등으로 답하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 특징은 현 시점에서의 이해득실 여부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필자의 입장에서 과거를 떠올려보면 90년대의 대학에서는 교수라는 지위가 주는 권위에 의해 학생들을 이끌고 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권위에만 의존해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교내 체육대회에 가능하면 참석하세요”라고 학생들에게 공지하는 것보다는 교내 체육대회에 참석하면 이러이러한 혜택(‘치맥파티를 열거야. 그것도 무료로’)이 있고, 불참하면 이러이러한 벌칙(‘결석처리를 할 거야’)이 있음을 같이 알려주어야 참석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20대 젊은이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변화 속도의 가속화, IT기기를 통한 집단지성의 접근성 향상, 그리고 직업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등이 그 원인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세대의 변화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는 감정이 들어간 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산에 오를 때 현 지점에서 높은 위치로만 계속 이동한다면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물론 그 순간에는 현 지점에서 높은 위치로만 이동하면 가장 빠르게 산 정상에 오를 것 같지만, 사실 현 지점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가끔은 험난한 계곡도 건너고 옷에 물도 묻혀야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가끔은 당장 손에 잡히는 이득이 없어도, 가끔은 이득이 응답하지 않더라도 지금 해야 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웃자고 하는 얘기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또 이렇게 물을 것 같다. “산이면 산이지, 왜 산이 인생인가요?”

<안남수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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