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안 부결의 불편한 진실
잠정안 부결의 불편한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3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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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만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귀족노조의 행태로 현대차노조가 또 한번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대차 노사가 올 임금협상안에 대한 잠정합의안 채택여부를 놓고 조합원 투표를 벌인 결과 78.05%의 높은 반대율로 부결됐다. 왠만한 직장인들의 거의 반년치 연봉을 성과급 등으로 받을 수 있었는데도 액수가 적다며 반대를 한 것이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소위 노조관계자들조차 이야기를 꺼리는 몇가지 불편한 진실도 한몫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측 교섭대표로 참석한 교섭위원 상당수가 노사 간 잠정합의가 끝나자마자 자신들이 만들어낸 잠정합의안에 대해 일제히 부결투쟁을 벌여 왔다는 사실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노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했지만, 집행부와 노선을 달리하는 현장 제조직이라는 숙명적 관계 때문에 돌아서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친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며 이율배반이다. 심지어는 조합원의 거부심리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사실내용을 왜곡선전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집행부의 성과를 최대한 폄하하고 흠집을 내 차기 집행부 집권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일종의 집행부 ‘딴지 걸기’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셈이다. 이전투구가 따로 없다.

교섭권을 위임받은 노측 교섭대표가 회사측과 교섭을 마친 후 합의안을 놓고 또다시 인준투표라는 형식으로 조합원총회에 부치는데 이 또한 ‘그릇된 관행’이다. 노조대표의 체결권은 이미 법으로도 보호받고 있지만 노조 자체규약에 불필요한 조항을 넣은 게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소모적 교섭관행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후진국형 교섭행태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2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노조집행부 선거에서 각 후보는 경쟁적으로 저마다 자신이 당선되면 전대 집행부보다, 또는 전년도보다 더 많은 성과금과 임금인상을 약속한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전략이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의 기대심리도 자연히 높은 임금인상과 최대한의 성과급에 맞춰져 있다. 물론 경영환경은 고려치 않는다. 불필요한 파업장기화도 조합원들의 보상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교섭위원이 무려 30명씩이나 되는 것도 쉽게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노사양측 교섭위원을 합하면 무려 60명이 넘는다. 이 때문에 신제품개발과 생산, 품질향상에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할 회사 고급인력이 매년 수개월씩을 협상에 매달려야 한다. 교섭인원이 많다보니 때로는 교섭중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FTA 등 국가간 협상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는 않는다. 또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추인을 받는 과정도 없다.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투의식과 이기주의가 만들어 낸 비효율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면 경쟁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국내공장 근로자들은 세계 1,2위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과 도요타보다도 연봉은 많으면서 생산성은 글로벌 자동차업계 가운데 꼴찌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30분정도 보고 배우면 컨베이어 공정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던데, 연봉이 1억원이라니…”라며 현대차노조에 수많은 시기와 질투가 쏟아진다. 그런데도 노동3법의 철저한 보호아래 자신의 의무는 대충하고 배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그들에게 “의식수준 좀 높여라”라는 비아냥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부끄러운 진실이다. 잘못된 교섭관행 이젠 진짜 바로 잡아야 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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