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시장과의 대화
경제부시장과의 대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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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에 한번쯤 몸담아 본 고위공직자들은 대체로 주특기 하나씩을 비장하는 경향이 있다. 허언욱 울산시 행정부시장(행정고시 30회)도 그렇다. 측근에 따르면 허 부시장이 행정자치부 지역발전정책관일 당시 그가 직접 기획하고 열정 쏟은 사업 가운데 하나가 ‘마을기업 육성’ 사업이다. 그래선지 그는 일주일 닷새를 바쁘게 쪼개 쓰는 와중에도 지역 마을기업이라면 열 일 젖혀놓을 정도로 애착이 남다른 편이다.

오규택 경제부시장(행정고시 34회)도 예외가 아니다. 8월 어느 날 저녁, 그 비밀을 캘 수 있는 기회가 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주어졌다. 번개미팅(?)은 허정석 울산과학대 총장이 주선했고, 오 부시장의 대화 주제는 ‘3D프린팅 산업’이었다. 그는 초청식객 몇 분 앞에서 야심찬 구상의 보따리를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결혼식장 가면 사진을 찍잖아요. 앨범 만들려고. 앞으론 사진을 딱 찍으면 그걸 예식장 근처 작업실에서 3D프린팅으로 미니어처(=소형 실물)로 만들어 꽃바구니로 선물하는 겁니다. 이런 것도 문화서비스산업의 일종이지요. 또 그걸 하려면 어차피 광학, 소재, 의학, 미술, 메탈, 소프트웨어, 인문학적 상상력까지 모든 아이디어가 다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바로 3D프린팅이란 거지요.”

‘3D프린팅은 산업이자 콘셉트’라고 정의한 오 부시장은 작심한 듯 대화를 계속 이어 갔다. ‘경제부시장’보다 ‘3D프린팅 산업의 전도사’란 별명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이것(3D프린팅)이 어떤 개념이고 이것으로 무슨 꿈을 꿀 수 있는지, 초·중·고 학생들부터 우리가 한번 가르쳐 봅시다. 일반 초·중·고는 방과후교육에, 특성화고는 정규교과과정에 넣으면 좋을 겁니다.”

그는 특성화고 교장과 전담교사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3D프린팅 교육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화교육이 이발·미용인 특성화고에 접목할 3D프린팅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도 떠올렸다.

허정석 총장이 오랜만에 오규석 부시장의 말을 받았다. “아이(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3D프린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아이들이 또 새로운 걸 만들고 그러겠지요.”

오 부시장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울산에 머무는 동안) 울산을 위해 해드리고 싶은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사람 키우는 일입니다. 과장, 계장 할 것 없이 수시로 해주는 말이 ‘예산 더 따오고 정책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체 좌중을 향해 제안을 하나 던졌다. “3D관련 학과의 신설, 어떻습니까? 유니스트가 만든 3D과, 울산대가 만든 3D과, 울산과학대가 만든 3D과…. 이렇게 되면 이름은 같아도 다른 교육이 가능해져요. 깊이와 수준이 서로 다른….”

이번엔 마주보고 앉은 허 총장에게 정색을 하며 의견을 구했다. “3D과, 하나 만드세요. 공과대 쪽이든 어디든 좋아요. 제가 100% 지원해 준다는 건 거짓말일 거고, 과를 한번 만들겠다는 결심이 서시면 실무적으로 대학이 어떤 과를 만드는 데 시가 협조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쉽게 얘기해서 교수님한테 어떤 연구과제를 드린다든지, 아니면 아이들이 교육 받는 과정에 시가 간접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 줄 수 있는지, 한 번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미대도 요즘은 산업디자인에서 시각디자인 쪽으로 많이 넘어가잖아요? 시디(=시각디자인)에서 더 포괄적이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건 사실이고.”

한참 듣고만 있던 허 총장이 결심의 일단을 피력했다. 개념이 비슷한 ‘디지털콘텐츠과’를 놓고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다는 말로 들렸다. 울산의 ‘지역전략산업’이기도 한 3D프린팅 산업이 울산과학대의 일부 학과 개편을 발판삼아 빛을 볼 날도 머지않은 것일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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