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책 필요하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책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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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길고도 무덥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름 더위로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이런 무더위를 시원하게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에어컨이지만 많은 사람이 에어컨을 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면 ‘누진제’가 적용돼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에어컨을 켤 수가 없다.

전기요금 체제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사용량 요금)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기본요금은 설비투자비용과 고정비 회수를 위한 요금이다. 전력량요금은 전기 사용량에 따라 변하는 단기변동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요금이다.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전력 등 사용 용도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된다.

이중 주택용에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인 ‘누진제’가 적용된다.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되는데 저압의 경우, 1단계는 100㎾/h이하로 ㎾/h당 요금이 60.7원이다. 6단계는 500㎾/h 초과로 kwh당 요금이 709.5원이다. 6단계 요금이 1단계 요금보다 11.7배나 비싼 누진 구조다. 이 누진제 구조는 2007년 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12월에 처음 도입했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부족해진 전기를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의 소비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의 요금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누진제는 3단계 구간과 1.6배의 누진배율로 시작됐고, 현재는 6단계의 누진구간과 11.7배(저압)의 누진배율이다. 누진단계와 누진배율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환경변화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조정돼왔고, 2007년 이후 10년째 동일한 누진단계와 누진배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누진제는 전기 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 ‘전기요금 폭탄’으로 인식됐고,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또 누진제의 도입목적이 에너지 소비 절약과 저소득층 비용부담 경감에 있었는데, 가구당 평균 전력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저소득층의 비용부담 경감 효과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과 같은 누진구조 하에서는 소득이 있는 1인 가구가 누진요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장애인 가구 등 구조적으로 전력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 등은 복지할인요금이 적용된다하더라도 누진요금으로 원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많아 누진요금의 부작용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또 누진제로 인한 전기소비 절약효과도 소득이 낮은 가구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소득이 높은 가구는 냉방용 전력 수요에 대해 누진제의 절약효과가 미미해 누진요금의 소비절약 효과를 저소득가구에만 강요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에너지 절약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불합리한 전기요금체계로 일반용 전기를 사용하는 가게에서는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고 원가 이하의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쓰는 공장의 사무실은 추울 정도로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과 절약을 주택용에만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제는 전력정책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전력요금 누진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내년에는 더 이상 더위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력 수요를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전기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전기를 절약하는 방법에 있어서 삶의 질과 본질적인 형평의 문제 등을 놓고 본다면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는 ‘누진제’의 대대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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