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던 45인승 관광버스가 정차 중이던 승용차 5대를 들이받고 41명의 사상자를 낸 ‘봉평터널 참사’가 있었다.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그 처참한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 끔찍한 사고의 원인은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밝혀졌다.
졸음운전이란 말 그대로 운전하는 도중에 조는 행위다. 잠이 들지 않아도 눈이 감기고 졸음이 쏟아진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졸음운전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졸음운전은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원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사고 5건 중 1건이 졸음운전일 정도로 자주 발생하고 다른 사고보다 더욱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졸음운전은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7% 이상의 만취 상태로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졸음이 올 때에는 통제력과 상황판단 능력을 잃는다는 뜻이다. 고속도로 위에서 자동차는 평균 100km로 달리기 때문에 2∼3초 동안 존다는 것은 60∼100m 정도의 거리를 자동차 혼자서 질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졸음운전은 언제든지 ‘봉평터널 참사’처럼 큰 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바로 “졸음 앞에선 장사가 없다”는 옛 속담이다. 운전자들은 보통 졸음이 올 때 자신은 졸음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몰려오는 졸음은 어지간해서는 물리칠 수 없다. 졸음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동승자와 대화를 하거나, 껌을 씹는다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등의 방법들이 알려져 있지만 일시적일뿐 다시 졸음이 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졸음이 올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근본적으로 졸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졸음이 올 때 즉시 가까운 휴게소 또는 졸음쉼터에 들러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15∼20분의 단잠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졸음쉼터는 2015년 말 기준 전국 고속도로와 일반국도의 212곳에서 운영 중이며, 2017년까지 48개의 졸음쉼터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졸음쉼터’ 설치 후 졸음운전이 원인인 교통사고는 47%나 줄고, 사망자도 10%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만큼 졸음쉼터의 이용이 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휴가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떠나기 전에 운전자의 책임감을 떠올려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도로위의 다른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운전자에게 달려있는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책임감을 가지고 운전을 한다면 졸음운전도 예방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도로는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박성빈 울산동부경찰서 경무계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