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안전관리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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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참 답답하시죠?>는 근래에 읽은 책 제목이다.

39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 중인 일본 상사맨 모모세 타다시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이 책을 쓴 까닭은 한국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람들 가운데 저자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경제력에 걸맞은 품격을 지닌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진국은 경제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선진국에 걸맞은 품격을 갖출때 이루어진다는 뼈아픈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건설재해 발생현황을 되새겨 볼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건설재해 예방점검을 위해 총공사금액이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장신축현장을 다녀왔다. 성격이 쾌활해 보이는 현장소장은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에 대한 지적에 이해를 하면서도 쑥스러워 했다. 가설통로에 추락위험이 있으므로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발끝막이판을 설치해야된다라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은 하시면서도 혼자서 소규모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실정을 잘 알지 않느냐는 눈빛인 것 같았다

맞다. 현장소장이 직접 가설재를 운반하고 클램프를 채워가며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기능공 역할을 해야 하며, 비계공을 투입하여 안전시설을 하려니 인건비며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선듯 본사에 품의를 올려 안전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청구하려하니 검토과정에서 거절당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대기업 발주자건 개인공사 발주자건 최저가로 최고의 구조물을 요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지만 ‘갑’이라는 이름으로 ‘을’에게 요구한다. 공사와 관련한 모든 안전상의 책임은 ‘을’에게 있다라고 계약서 하단에 한 줄을 명기하므로써 ‘갑’의 의무는 끝이다.

안전관리에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된다. 다양한 공사종류와 특성에 맞춰 안전한 가설통로를 확보하고 견고한 안전난간을 설치하며 개구부에는 덮개를 덮어야 한다. 투입되는 인원은 단 한명도 누락없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개인보호구를 지급해야 한다. 매일 아침 안전조회를 통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여 정확하게 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오직 수주에만 급급하다보니 안전가시설에 대한 고려가 누락되기 일쑤다.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소홀히 여겨진 결과가 중대재해로 연결되고 이익창출은 고사하고 기업의 신뢰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기업 건설사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적정한 안전관리비를 집행하는 편이다. 문제는 중소규모의 건설사들이며 건설경기가 악화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긴축에 들어가는 분야가 안전관리 분야이다.

전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사례를 살펴보면 너무나 단순한 3대다발재해(추락,전도,협착)가 60%다. 식민지국가의 백성으로 동원되어 아무런 댓가없이 혹독한 노동을 제공해야 했던 우리의 뼈아픈 과거사에 관리감독자인 그들이 우리의 안전을 생각했을리 만무했다. 그 잘못된 관행이 아직도 남아 건설현장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모모세 타다시의 충고가 고맙기도 하지만 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듯 들리는 것 같았다.

휴머니즘에 호소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안전>은 기업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경쟁력이고 이익창출에 결정적이라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중대재해가 업무상과실치사 정도로 여겨져서는 안되며 <불안전한 상태>에 의한 재해는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취급되어 엄청난 경제적 페널티를 부과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벌금 3백만원 약식기소는 아무런 동기유발도 하지 못한다. 이 주장에 대해 건설업 경영자들로부터 비난과 관리감독자의 눈길이 부담스럽지만 안전성확보에 필요한 비용이 싸게 느껴지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선진국이 되는데도 비용이 필요하며 우리도 이젠 그 정도는 쓸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이 아닐까?.

/ 최성락 차장 한국산업안전공단 울산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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