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에 노래 부르겠다는 현대차지부
초상집에 노래 부르겠다는 현대차지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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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은 말’과 ‘듣기 좋은 말’ 그리고 ‘옳은 말’과 ‘틀린 말’을 구분하기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웬만한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답이 나온다. 그러나 내 기준(욕심)으로 바라보는 순간부터 판단이 흐려진다. 그래서 ‘듣기 좋은’ 말이 ‘옳은 소리’로, ‘듣기 싫은 말’은 ‘틀린 말’로 여겨진다. 성공한 지도자와 실패한 지도자는 이 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성공한 리더가 되려면 아무리 듣기 싫고, 심지어 분노가 치밀게 하는 말이라도 ‘옳은 말’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9일부터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우성과 함께 비난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이 두 노조를 향해 쓴소리와 호소를 했다. 그들은 이번 파업을 두고 ‘안 됩니다. 잘못된 길입니다’고 단언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과 함께 ‘말뫼시의 눈물’이라는 전철(前轍)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디트로이트는 GM·포드·크라이슬러라는 소위 미국의 빅-3가 있는 곳이다. 한때 미국경제의 축(軸)이었던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가 파산사태에 이르렀던 비극이 울산에서는 재현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 조선산업의 대표도시였던 말뫼시(市)가 80년대 불황에 빠지면서 실업자가 넘치고 범죄가 성행했던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행울협에 이어 20일에는 현대·기아차 부품업체 협의회도 자신들의 존립기반인 모기업의 조업이 중단되면 생존위협을 받게 된다며 파업중단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문했다. 이처럼 두 노조의 파업은 말 그대로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악몽을 꾸게 하고 있다.

사정이 조금 다를 뿐, 사실 두 기업 모두 호시절이 아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현대중공업은 일단 접어두자. 하지만 남목고개 넘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데도 현대차노조가 ‘연대’라는 이름으로 파업에 들어간 것은 뭇사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전국 근로자 가운데 상위 1%군(群)에 들어가는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데도 “아직 목이 마르다”며 ‘생계비’ 부족을 거론하면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세워 ‘배부른 짓’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염천지절(炎天之節)에 많은 사람의 가슴에 또 다른 불을 지르겠다고 한다.

오는 25일 갖겠다는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이름의 조합창립 축하 행사가 그것이다. 물론 노조 생일을 기념하는 것을 마다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초상난 집에 노래 부르기처럼 지금 같은 상황에 한바탕 축제판을 벌이겠다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는 게 아닌가. 인기가수 초청은 물론, 다양한 경품도 마련하고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부부동반 해외여행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제주도여행권 등 적잖은 상품을 마련한다고 한다.

자기들과 공동운명체인 협력업체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많은 돈을 들여 생일잔치를 하겠다는 것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긴 축제(祝祭)가 전혀 틀린 얘기도 아니다. 글자에서 보듯이 원래 축제란 한 해 수확을 마친 뒤 소나 돼지 등을 잡아서(이를 희생양이라 한다) 제단에 올려놓고 굿판을 벌이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현대차노조의 축제에 쓰이는 희생양은 누구고 무엇일까?

파업 직후부터 자신들을 향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것을 현대차지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우리 길을 가겠다’며 가속기만 밟는다면 ‘사회적 노조’가 취할 바가 아니다. 회사에게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주문하면서 “나는 아니다”고 한다면 이야 말로 촌극(寸劇)이 아니고 무엇인가. 노조를 향한 이런저런 소리가 결코 듣기 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에도 말했듯이 ‘옳은 말’인지 ‘그른 말’인지는 판단할 능력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듣기 좋고 옳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절규를 외면하면 저주가 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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