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노조의 모습을 기대한다
성숙한 노조의 모습을 기대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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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마침내 올해 임금협상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10여 차례 열린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 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투쟁 절차를 밟아왔다.

노조는 파업투표가 가결된 만큼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합법 파업할 수 있다. 노조가 파업하면 5년 연속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 노조도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 역시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투표 하기 전에 파업 일정은 일찌감치 짜여 있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으로 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리는 집회에 현대중공업 노조와 공동 참여하는 일정으로 이날 파업한다면 이후 금속노조가 주축이 돼 현대기아차그룹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공동교섭 관련 투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공동교섭이 성사되지 않자 22일 파업하고, 서울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처럼 여름 집단휴가에 들어가는 이달 말까지 현대중 노조나 그룹 각 사업장 노조와 연대해 공동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울산지역 최대 사업장이 본격적인 파업 절차에 돌입하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5년 연속 파업에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 노조가 가세하면 가득이나 침체한 지역경제는 마비 상태에 빠진다.

지역 상공계는 조선 위기로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자동차마저 판매가 감소세인 가운데 두 노조가 동시에 파업하겠다고 하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올해 수출입이 동반 감소하는 등 경기가 어려운 때에 주력 대기업 노조의 잇단 파업은 국가와 지역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울산세관이 발표한 5월 울산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49억8천만 달러로 지난해 5월보다 1.8% 감소했다. 전달인 4월보다도 17.2% 줄었다.

수입액은 35억4천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5.8% 줄었다. 수출은 자동차가 중동·중남미 등 신흥국 수요 감소로 지난해보다 15.2% 감소한 12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조선업 위기 지역을 중심으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보증사고가 많이 늘어났다.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공적보증기관인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조선업 경기침체 심화로 영업이 어렵자 원금 및 이자 연체, 개인파산 등으로 못 갚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수주 가뭄과 수출 부진으로 지역 주력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의 대립은 기업 미래와 지역경제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다. 국가적으로도 고용 악화와 소득 감소 등으로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부는 앞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실질적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를 통해 소비심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이라는 주장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역 상권은 쇠퇴해 가고 근로자들은 울산을 떠나고 있는데 나만 잘 살겠다고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까지 벌인다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일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역경제를 생각하고 상생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

진정으로 무엇을 얻기 위한 투쟁이고 파업인지를 고민하고 울산시민들의 바람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막장 드라마와 같은 나만의 생존을 위한 행동은 거둬야 한다. 공멸보다는 상생을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성숙한 노조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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