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인정할 용기 필요
‘패배’ 인정할 용기 필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1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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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일) 아침 미국 캘리포니아주(현지시간 10일) 샌마틴 코르데바예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4라운드가 끝난 뒤 6언파를 기록한 브리트니 랭(미국)과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두 선수는 연장전을 위해 16번 홀로 향했다. 16·17·18번 3개 홀 경기 합산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티샷을 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해 노르드크비스트가 먼저 샷을 날렸고, 그 다음 브리트니 랭이 샷을 했다.

16번 홀과 17번 홀에서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하면서 마지막 18번 홀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18번 롱홀(파5)에서 두 선수는 티샷을 했고, 두 번째 샷에 이어 그린을 향해 세 번째 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위원이 노르드크비스트 선수에게 다가와 17번 홀 첫 번째 샷을 한 볼이 벙크(BUNKER)에 빠진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을 준비하면서 모래를 건드려 벌타 2점을 받았다고 전달한 것이다.

골프룰에는 벙커에 떨어진 볼을 그린 또는 페어웨이로 쳐 내기 위해 어드레스를 할 때 클럽을 모레에 닿게 하면 안된다. 모래에 닿으면 벌점 2점을 부과한다.

실제 이날 노르드크비스트 선수가 벙커샷을 하고 난 뒤 TV에서 느린 화면으로 보여주었고, 화면상에서 입자가 약간 굵은 모래 한 알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포착됐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상황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노르드크비스트 선수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18번 홀 세 번째 샷을 준비하던 노르드크비스트 선수는 벌점 부과 사실을 전달받고는 곧바로 “OK”하고 대답했다.

현재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벌타 사실을 전달받는 것은 경기에 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승복하고 규칙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시원스런 대답이었다.

올해 71회째 대회를 연 ‘US 여자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개최하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로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노르드크비스트 선수는 우승의 영광 보다는 정해진 규칙이 있으면 따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겼다면 곧바로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최근 울산에는 일부 기초의회와 울산시의회가 제6대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들어간 상태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선거도 엄연히 룰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후반기 일부 의장단 선거에서는 룰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재 동구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 간의 분열로 인해 아직 개원조차 못하고 있다. 전반기 의장인 장만복 의원이 다시 4선 연임 도전에 나서자 전반기 때 차기 의장 유력 후보였던 홍유준 의원이 반발, 현재 세력이 나뉘어진 상태다. 거기다 부의장 후보로 유력했던 박은심 의원까지 최근 의장 출마 의사를 표시하면서 더욱 꼬이고 있다. 지금 동구는 조선업종 위기로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지역경제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주민들이 의회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동구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후보를 결정하라는 중앙당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결과다. 노르드크비스트가 시원하게 벌타를 인정한 데는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규칙이 더 중요했고, 그것이 경기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가 공정하게 이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지역 정치인들도 자리 욕심을 버리고 규칙을 따르는 대승적인 판단을 할 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박선열 편집국 / 정치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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