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으로 선물한 ‘희망터전’-서정미 서양화가
붓 끝으로 선물한 ‘희망터전’-서정미 서양화가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07.0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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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울산 북구지역 마을 특성 살린 벽화 그려
 

“6년 전에는 벽화가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벽에 그림을 그리다보니 벽화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더라구요. 이제는 벽만 봐도 설렙니다.”

낡고 허름한 벽에 희망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울산을 비롯해 서울, 합천, 남해, 파리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양화가 서정미(53·사진)씨다. 북구청의 의뢰로 2011년 울산 북구 냉천마을에서 벽화 그리기를 시작한 그는 올해 6월까지 6년간 총 10곳의 북구 지역 마을에 벽화를 새겼다.

첫 벽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냉천마을의 환경정화를 위해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당시 마을 주민들의 반대와 무관심이 그를 힘들게 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마을 주민들의 표정이 그를 변하게 했다.

“벽화 작업을 하기 전에는 전시 위주의 작품 활동에 집중해서 ‘나만 잘하면 된다’ 위주의 사고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벽화를 그리다보니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 걸음 물러서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어요. 주민들이 제 그림으로 희망을 얻었다고 했을 땐 더없이 기뻤지요”

그는 각 마을의 특성을 살려 벽화를 그린다.

TV 출연으로 유명해진 최연소 ‘해남’ 고정우 군의 벽화도 그가 그렸다. 잇따른 TV 출연으로 유명인사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았으나, 정우 군의 집을 찾을 수 없자 관광객들은 정우 군을 찾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는 소음이 돼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다. 그러나 서 작가가 정우 군의 집 앞에 벽화를 그리면서 소음은 사그라 들었고 마을에 평화가 찾아왔다.

“어물동에 그린 벽화는 도서 ‘꽃들에게 희망을’을 참고해 이야기가 있는 벽화로 그렸어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린건데 어물동의 발전을 희망하며 그렸지요. 당사해양낚시공원이 있는 당사마을에는 용바위 전설과 해양 전경을 그렸어요. 또 사람들이 벽화를 보고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웃음 프로젝트를 주제로 스마일 벽화도 그렸습니다. 주민들이 벽화를 보며 마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흐뭇해할 때마다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북구 지역 마을 벽화를 그리는 일은 지난 달로 마무리했지만 그는 기회가 되면 벽화를 계속 그려나갈 생각이다.

“벽화를 그리면서 환경, 사람이 사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겼어요. 벽화를 그리면서 주민들에게 희망을 줬고 저 역시 희망을 얻었으니까요. 앞으로 전시 활동도 하면서 벽화 그리기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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