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와 한국경제
브렉시트(Brexit)와 한국경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6.28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 대영제국의 부귀영화를 그리워 한 이들이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을 일으켰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면서 세계질서는 자유제도주의가 무너지는 변곡점에 서게 됐다. 이는 단순히 영국이 40여 년간 가입해 왔던 EU에서 탈퇴한다는 의미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고립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경향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U 내 국내총생산(GDP) 2위, 인구규모 3위를 자랑하던 영국의 이례적인 탈퇴가 결정되면서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도 EU 탈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930년대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보호무역이 부상하고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들 간의 경쟁이 만연한 고립주의 현상이 부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28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며, 1993년 11월 1일에 창립되었다.

브렉시트로 영국은 파운드화 폭락과 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경제적인 타격과 함께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런던 거래소 역시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권 가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트럼프 지지자와 브렉시트 지지자 모두 기성 정치에 대해, 그리고 이민자 등에게 ‘기득권’을 빼앗겼다는 ‘분노’와 ‘불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여파로 정작 울상이 된 나라는 일본이다. ‘아베노믹스’로 엔저를 추구해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는 일본으로서는 브렉시트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엔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2013년 거래 비중 43.5%), 유로(16.7%)에 이어 셋째(11.5%)로 많이 거래된다.

브렉시트로 서방 진영이 곤욕을 치르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웃고 있다.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미국과 ‘특수관계’를 형성한 영국은 지금까지 중동지역에서의 IS 격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한 러시아 제재 등에 있어 미국과 공조를 잘 이뤄왔었다.

한편 조선과 해운 등 산업구조 조정이 시작되면서 고용사정의 어려움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대외 악재인 브렉시트(Brexit)마저 현실화 되다보니 한국경제에 낀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부도 성장 눈높이를 2%대로 낮췄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산업계는 엔화 강세 현상이 발생하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엔화 강세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지난해 이후 한국경제 부진의 단초를 제공했던 수출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대(對) 영국·EU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향후 1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불확실성이 고조된 게 사실이지만, 영국과 EU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너무 한쪽으로만 대응 방안이 쏠리지 않게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