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위기인 줄 모르고 있나
지금이 위기인 줄 모르고 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6.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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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시장 격언 중 하나다. 어떤 현상이 소문을 지나 뉴스가 되면 장삼이사가 다 알기 때문에 별 가치가 없다는 뜻일 게다. ‘조짐’, ‘기미’란 말도 있다.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떤 징후가 보인다는 의미다. 광부나 어부들은 쥐나 카나리아를 동반한다고 한다. 동물의 지능은 인간에 비해 형편없다. 반면에 본능은 훨씬 뛰어나다. 그래서 붕괴나 해일 등 자연재해 발생 조짐이 있으면 인간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미물에게 이 같은 능력이 부여된 것은 ‘생존’을 위한 조물주의 배려라고나 할까.

조짐이나 기미가 아직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면 ‘뉴스’는 아주 구체적이다. 눈앞이나 발아래 전개되는 현상이다. 즉 사실(事實)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똑같은 사실을 두고도 이런저런 해석을 하면서 “내가 옳니, 네가 옳니”하며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면 못된 속성 탓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개인은 물론 나라 전체가 엄청난 비극을 겪기도 한다. 1592년에 발발한 임진왜란도 그렇다. 일본의 정보 파악을 위해 파견됐던 두 사람이 귀국해서 보고를 했으나 당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팩트를 전한 사람의 말을 무시해 결국은 죄없는 백성들만 갖은 고생을 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 사회 특히 기업 노사의 ‘현실 바라보기’ 시각이 너무나 달라 큰 우려를 갖게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대차 임금교섭장에서 빚어진 촌극(?)은 이 같은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회사는 “경제가 위기다”며 TFT(테스크 포스 팀)라도 함께 꾸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자는 제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위기조장을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고 아예 듣기도 싫다면서 교섭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8일과 9일에 있었던 일이다.

경제사정은 시장상인이 가장 민감하고 잘 안다. “경제위기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겐 지금 당장 시장통에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나라한 현실을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두터운 옷을 입어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쌀쌀한 날씨를 부정할 수는 없다. 본지가 울산의 지역별 경기상황을 특별취재해 본 결과 한 마디로 “정말 어렵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게 없다. 한때 GRDP(지역내 총생산)와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았던 울산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크든 작든 우리 모두가 지키고 성장시켜야 할 보배 중의 보배임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내일은 민족의 참상인 6·25 동란이 일어난 지 66년이 되는 날이다. 헌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김해 등 남부지역에 살았던 사람 중에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온 것을 보고서야 난리가 난 줄 알았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조차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요즘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정보채널이 미비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금은 한국동란이 일어났던 상황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나라 안팎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곧 바로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얽히고 설켜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거짓 정보는 금방 탄로가 난다. 이런 대명천지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위기’를 놓고 의견을 달리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는 고개 하나만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내 상황이 상대적으로 조금 좋다고 팔짱을 끼다가는 언제 큰일을 당할지 모른다.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4을 담당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개발된 것을 보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아 시쳇말로 ‘쫄딱’ 망한 기업이 됐다. 기업 하나 때문에 잘 나가던 나라가 죽을 쑤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가 현대자동차 노사교섭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라보는 이유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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