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되면 외치는 ‘재벌개혁’ 주장
때 되면 외치는 ‘재벌개혁’ 주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6.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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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기 쉬운 일을 두고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쉬운 일이 있다. 남을 비판하는 일이다. 재미도 있다. 헌데 쉬운 일일수록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 즉 ‘부작용’도 따른다. 누워서 떡을 먹다 보면 자칫 체할 수 있다. 비판 역시 그렇다. 상대를 잘못 골랐을 경우나 비판하는 나 자신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을 땐 역비난을 받는다. “너나 잘 하세요!”고.

현대차 노조가 바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 별 탈 없이 진행되던 교섭이 회사 측 요구사항 설명회 순서가 됐을 때 집단퇴장 해 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 이미 공문을 통해 밝혔듯이 회사는 ▲노사공동 위기대응팀 구성 ▲(금속노조만이 유일 교섭단체라는 등의) 위법·불합리한 단협조항 개정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등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노조 입장에서는 달갑잖게 여길 수도 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싫다고 듣지 않고 외면하며 거부할 일이 따로 있다.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할 일들임은 노조도 인정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사의 지혜를 모으자는 게 한쪽만 좋으라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불합리한 단협내용을 자율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외부(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으니 미리 고치자는 게 그리 나쁜가. 청년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임금피크제 문제를 결론짓자는 것은 지난해 교섭에서 이미 노사가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노조는 일방적으로 요구를 하고, 회사는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노사교섭의 취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비신사적인 행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자신들의 행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만약 반대로 회사가 노조요구안 설명을 앞두고 집단퇴장을 했다면 지금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이런 노조가 또 하나 일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손잡고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말이야 무슨 말을 못 하겠는가. 허나 ‘재벌개혁’을 바라는 사람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말은 그럴듯한데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마뜩찮다는 의미다. 한때 독재시절로 불리던 시절엔 “행간의 의미를 읽으라”는 신문독법(新聞讀法)이 있었다. 겉으로 표현된 말 그 이면의 뜻을 읽어라는 것이었다. 노조의 주장도 그렇다. 때가 되면 나타는 각설이처럼 노조의 재벌개혁 주장은 이제 구태의연한 메뉴가 됐다. 그래서 이런 주장이 나오면 자신들을 향한 비난을 다른 데로 돌리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한때 ‘내 탓이요’ 운동이 있었다. 참 좋은 취지였다. 문제는 그 좋은 말을 인쇄한 스티커를 차량의 뒤 유리에 부착한 것이었다. ‘내 탓’이라면서 자기는 볼 수 없는 뒤쪽에 부착했으니 좀 엽기적이 않은가. “열녀전 끼고 ××질 한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겉으로는 성인군자입네 하는 사람이 참 많다. 개인이든 단체든 나부터 깨끗해야 한다.

좀 지난 얘기지만, 현대차 현 지부장은 선물비리 사건으로 중도하차한 아픔(?)이 있다. 내부 단속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 안팎이다. 그 10%는 대부분 대기업에 있다. 그리고 그들 노조는 약자가 결코 아니다. 근로자간의 빈익빈부익부를 고착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연봉 2~3천만원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논하자고 한다면 좀 잔인한 얘기가 될 수 있다. 반면 연봉 1억을 오르내리는 직장인에겐 충분히 얘기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제5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권력화 된 대기업 노조는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떡 버티고 있다.

하늘과 땅, 낮과 밤, 남자와 여자…. 이처럼 모든 단어엔 ‘짝’이 있다. 그런데 재벌이란 단어의 짝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과문한 탓인가. 이참에 ‘노벌(勞閥)’이라는 단어도 국어사전에 등재해봄이 어떨지.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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