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노인’, 일본만의 일일까
‘하류노인’, 일본만의 일일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6.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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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을 들으면 섬뜩한 느낌부터 든다. 물론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계산기를 두들기듯 고르고 고른 표현이겠지만, 이웃 일본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아 다시 한 번 곁눈질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당신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까?” “앞으로 5년, 사상 최악의 노후 붕괴가 시작된다!”

일본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이자 2016년 신서대상 5위에 오른 책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전 세계적 저성장, 저금리가 불러온 ‘하류노인’ 보고서”라는 말로 포장해 놓았다. 바로 ‘2020 하류노인(下流老人)이 온다’라는 제목의 저서다. 인터넷 교보문고에 따르면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는 비영리단체(NPO)법인 홋토플러스 대표이자 세이가쿠인대학(聖?院大?) 인간복지학부 객원 준교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후생노동성 사회보장심의회 특별부회위원직을 맡아 생활보호·생활빈곤자 지원방식에 관해 제언하기도 한다.

그는 저서에서 하류노인의 정의(1장), 하류노인의 현실(2장)을 펼쳐 보이면서 ‘누구나 하류노인이 될 수 있다’(3장)고 단언한다. 예스24의 서평을 다시 참조하자. “500원을 받으려고 새벽 첫차를 타고 다니는 노인들이 있다. 홀로 남은 장애인 손자와 종교시설 서너 군데를 다닌다는 88세 할머니는 그 돈을 모아 전기와 수도세를 내는 데 보탠다. 그것도 하루 한 끼만 먹고 말이다.”

‘하류노인’이란 한마디로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가리킨다. 저자는 하류노인에게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삼무(三無)’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첫째, 수입이 거의 없고 둘째, 충분한 저축이 없으며 셋째,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저서를 바탕으로 평자(評者)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하류노인은 이웃나라 일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현실, 그리고 내일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설명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중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전망이다. 일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높다는 점이다. 지난 1월의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20 하류노인’을 읽은 탓일까. KBS가 지난 주말 <특파원보고-세계는 지금>에서 일본의 하류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초점은 ‘생계형 절도’의 유혹에 못 이겨 철창신세를 마다하지 않는 하류노인의 급증 현상에다 맞추었다. <‘노인복지’ 일본, 노인범죄의 늪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취재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의 26%(약 3천400만)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 노인 범죄율과 재범률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답도 같이 내놓는다. “교도소에 들어가면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노인들은 전과자가 되든 말든 교도소행을 택하는 것이다.”

다시 예스24의 서평으로 돌아가 보자. “700만 베이비부머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당장 코앞인 2020년에 65세로 진입, 현업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소비가 줄어들고 투자는 위축되며 경기는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위기는 안락한 노후를 꿈꾸던 당신의 미래부터 점령해갈 것이다. 시발점은 2020년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안락한 노후는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될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은 하류로 전락할 것이다. 2020년이면 시간이 없다. 그리고 당신만 예외일 수도 없다.”

이쯤 되면 공포·괴기 소설을 읽고 난 뒤끝의 오싹함에 떠는 이들도 나오지 싶다. 우리도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가 닥친 것 같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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