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선생]“철아, 철아, 우리 철아” 52
[동강선생]“철아, 철아, 우리 철아” 5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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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베어내며 종합병원 건립 첫 작업
현대건설과 절충안돼 동산건설로 변경

본관 완공하기까지 1년 6개월 시간 걸려

의료법인 제도의 허점과 정부의 미미한 지원으로 건립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종합병원은 지역민들이 간절히 원하던 의료시설이었고, 나 역시 내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기에 과감하게 시행에 들어갔던 것이다.

의료법인 동강의료재단(東岡醫療財團)으로 허가를 받고 울산 중구 태화동 123-3 번지의 야트막한 산 아래에서 소나무를 베어내며 종합병원 건립을 위한 첫 작업을 시작했다.

일꾼들과 섞여 나무를 베고 돌을 치우며 느꼈던 희열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말에서 동강은 대개가 동쪽에 있는 강을 연상하게 된다. 마침 울산의 태화강이 있어 岡을 江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강은 글자풀이로 동쪽에 있는 산등성이, 동쪽에 있는 언덕을 일컫는다.

설립자 박영철 선생이 어떤 의미로 ‘동강’을 썼는지 그 연유가 분명히 기록된 것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산자락 아래의 경사진 땅을 평지로 만들어 보건사회부(현 보건 복지부) 담당자의 주선으로 병원 설계도를 만들어 ‘현대건설’을 찾았다. 현대조선소의 의무실을 운영했던 이력이 있었기에 쉽게 공사계약을 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현대건설이 치밀하게 검토를 마친 뒤에 제시한 공사금액은 내가 생각했던 공사비의 몇 배가 넘었다. 병원부지가 대부분 암석이어서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필요한 장비, 인건비 등이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많이 소요된다는 현대건설의 답변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절충안을 찾아보려 몇 번이나 공사 관계자를 만나 얘기해 보아도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결국 현대건설의 거부로 지연된 공사는 서울의 동산건설로 업체를 변경하여 공사계약을 했다. 현대건설이 지반 문제로 거절한 공사를 동산건설이 맡아준 이유는 때마침 부산의 백병원 공사를 하던 중이라 자재와 인력 수급이 원활했고 정부의 압력도 조금 보태진 것으로 알고 있다.

토목공사를 시작하고 현대건설의 예측대로 암석이 대부 반을 깎고 다듬어 본관을 완공하기까지 1년 6개월이 소요되었고, 모양새를 갖춘 건물에 배선과 전기, 기타 배관 공사를 마치기까지 다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981년 5월 20일. 드디어 공사를 마무리 하고 1981년 6월 13일. 의료법인 동강종합병원을 개원했다. 동강병원은 울산에 처음 생긴 종합병원이었고, 가장 큰 건물이기도 했다. 일생의 소원이던 종합병원을 개원하자 감회가 남달랐고, 그 동안의 고단한 삶을 한꺼번에 보상 받은 듯,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병원을 건축하며 소요된 비용 대부분을 정부에서 알선해준 은행의 대출금으로 충당했기에 개원과 동시에 막대한 부채가 나에게 떠안겨졌다.

개원 후 경험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닥치면 고려병원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사무국장을 맡아 나를 돕고 있던 김광태씨를 대동하고 보건복지부를 이웃집 드나들듯이 쫓아다니며 운영상의 애로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닌 적도 많았다.

<동강 선생 미출간 자서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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