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과 고래고기
곡성과 고래고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3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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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곡성’은 의문의 연쇄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종구(곽도원)는 딸 효진이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불안해진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딸이 걱정되기 시작한 종구는 딸을 살리기 위해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굿이 진행될수록 딸이 심한 고통을 느끼자 종구는 혼란스러워진다. 종구는 결국 굿을 중단하고 딸을 병원에 데려간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얼마 전 남구에서 발생했다.

지난 25일 환경단체들이 고래축제에서 보호동물인 고래가 식용이어서는 안된다고 외쳤다. 이에 남구는 “이번 고래축제에는 고래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전혀 없다”고 반박한 것.

하지만 축제기간 고래밥상 홍보부스에서는 고래고기가 들어간 음식들이 버젓이 시식되고 있다.

기자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고래고기가 조금 들어간 것 같다. 우리(남구)는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늦게 들은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남구는 고래밥상 홍보부스를 식당에 제공했을 뿐 운영은 자율에 맡겼다는 것이다.

남구와 환경단체, 기자, 시민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몰랐다’는 변명은 무책임해 보였다.

사실 포경이 활발했던 울산에서 고래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국제사회와 환경단체들이 “고래는 보호어종”이라며 포획 금지는 물론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구에서는 내년 고래축제 부스내에서 고래고기 시식 등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곡성’으로 돌아가보자. 영화 마지막 장면은 극중 인물들의 믿음과 의심, 그리고 결과까지 보여준 상황에서 관객에게 의심할것인지, 믿을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번 남구 상황도 비슷하다. 남구가 확신을 가지고 ‘고래고기’ 식용 문제에 접근했다면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고 곧은 의지를 보였을 것이다.

극중 효진이의 말을 빌어 남구에 물음을 던지고 싶다. ‘고래축제, 대체 뭣이 중헌디?’

<강은정 취재1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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