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민생을 살펴라
정치인들은 민생을 살펴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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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 곡은 당시 전남대 학생이 지었고, 가사는 백기완 씨가 옥중에서 쓴 장시를 소설가 황석영 씨가 줄였다.

이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때 사살된 윤상원씨와 노동운동가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 때 헌정된 노래인데, 1991년 북한이 5·18을 소재로 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노래를 두고 야당국회의원들의 논란이 매년 재현되고 있다. 물론 이 노래를 5·18 기념식 때 제창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속내를 모르는바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광주에서 완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노래라도 부르면 광주시민들의 표심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단언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질타할 것인가.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 노래를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해서 5·18 기념식 때 제창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보훈처는“5대 국경일을 포함해 정부에서 국가 기념 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종전대로 ‘합창’하도록 했다.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놓고 의견이 확연히 엇갈린다. 안보·보훈 단체들은 “좌파 운동권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은 부정하는 노래를, 정부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진당 RO 모임 때도 애국가를 거부하고 이 노래를 불렀다.

기념곡을 모든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창’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애국가, 3·1절 노래, 광복절 노래 등이 다 ‘모든 국민이 한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런가. 합창으로 하던 제창으로 하던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진정성을 표출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야권으로서는 호남 정치의 1번지라는 광주민심 얻기에 적극 나서야 하겠지만, 5·18과 가장 밀접한 도시인데다 현재로는 특별한 이슈도 없고 하니 노래 한 곡으로 얼마나 민심을 살 수 있다고 이렇게 야단법석이란 말인가.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만일 5·18 기념식장에서 이 노래가 제창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정권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전처럼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국가적 위기도 방관하겠다는 것인가.

국가의 장래는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말인가. 선량이라는 작자들이 노래 한곡 ‘제창’을 불모로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사실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야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외면당하고 신뢰를 잃었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여전히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국정을 도외시하는 작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사소한 일에 국정에 쏟아야할 열정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 수주물량 급감으로 기업은 휘청거리고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걷고 있는 근로자들은 내팽개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분통이 터진다.

정치인들이여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야 한다. 당신들을 선택한 국민들 편에서 진정으로 민생을 살피고 무엇으로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고 이 나라가 무엇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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