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공의료를 생각하며
다시 공공의료를 생각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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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장과 보건소장을 공모한다고 한다. 지금은 개업도 쉽지 않은 시절이라 지역에 따라서 보건소장 공모를 하면 제법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는 하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아무도 하지 않으려던 공직을 선택하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임기를 마치고 퇴직하시는 두 분의 의사 출신 공무원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70-80년대 우리나라의 보건소는 일부 극빈층을 위한 기관이었다. 의사를 비롯한 전문 의료 인력도 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았었고, 좁고 낡고 낙후된 시설로 인해 일반 시민들은 여름철 연막 소독차가 지나갈 때라야 보건소의 존재를 느낄 뿐 평소에는 보건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다. 하지만 그때도 보건소는 높은 의료비용 때문에 민간 병의원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예방접종과 결핵약과 간단한 1차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의료기관이었다. 가족계획과 결핵관리, 여름철 방역이 주 업무였던 보건소가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는 보건소법이 지역보건법으로 개정되고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된 1995년 이후부터일 것이다.

지역보건법에 의해 보건소는 중·단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여 지역의 보건의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수행하여야 하는 명실상부한 지역보건의료체계의 중심적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국민건강증진법은 현재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양, 운동, 금연, 절주 사업과 안전을 포함한 환경개선 사업까지도 보건소가 주체적으로 추진해나가도록 규정함으로써 지역사회 주민 모두를 보건소 사업의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울산에서는 이러한 법적인 정비에 더해 1997년 광역시 승격을 계기로 이러한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재빨리 이루어졌다. 중구보건소가 다른 보건소의 4배가 넘는 1천 평 이상의 넓은 공간에 진료에 필요한 시설뿐만 아니라 건강증진실과 체조실까지 갖춘, 당시로서는 초현대식 건물을 신축 이전하였고, 그 이후 남구보건소, 북구보건소, 동구보건소, 울주군보건소까지 차례로 중구보건소 이상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건물로 신축 이전함으로써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민간의료기관 못지않은 규모를 갖추게 되어, 모든 시민들이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과 보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울산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도 최신 장비를 갖추고 좋은 환경 속에 현대식 건물로 경상남도로부터 독립 개원하면서 울산의 보건체계, 특히 전염병 감시체계는 어느 시도 못지않게 잘 구축이 되었다고 자신했었다.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스와 신종 플루, 메르스 사태도 울산에서는 큰 문제 없이 잘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울산광역시 공공보건의료체계의 구멍이 하나 남아있다. 매번 신종 감염병 사태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격리 수용할 의료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지만 기존 입원환자들의 반발을 예상해볼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립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각 지자체마다 적자를 이유로 공공병원을 폐쇄하던 상황이라 시대착오적 주장이라는 말만 들었다. 하지만 작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만약에 울산에서 이런 환자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현 정권의 공약사항에 울산에 국립산재모병원 설립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걱정하게 되는 것은 내가 과민한 탓인가? 시립병원 설립 주장 당시에 공공병원이 단 하나도 없는 광역자치단체가 인천광역시와 울산광역시뿐이었었는데, 이러고도 산업수도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수도란 시민의 건강보장도 최고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갈수록 의사소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한 신문기사를 보면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나, 그렇다고 의사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보건행정이 아님을 알기에 공공병원 하나 없는 울산광역시의 보건의료 문제를 어떤 사람이 와서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혼자 괜한 걱정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최순호 울산과학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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