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잡는 골든타임
함께 잡는 골든타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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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서울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선로에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 시각, 퇴근길에 나선 경찰관 두 명이 추락한 남성을 발견하고는 즉시 지하철 운행 중단을 요청하고 플랫폼 위로 옮기는 신속한 조치로 남성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관의 퇴근 시간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혹은 지하철이 조금만 더 빨리 운행되었더라면 추락자의 생사는 불확실해졌을 것이다.

이처럼 1분, 1초로 생사가 엇갈리게 되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잡는 것은 구조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골든타임을 잡는 것은 항상 우연의 일치인 것일까. 우연을 넘은 필연이 될 수는 없을까?

지난 2년여 동안 지역 순찰 근무를 하며 범죄 관련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범죄 피해자를 만날 때면 경찰관으로서 그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때로는 여러 가지 한계로 피해자가 기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괜히 마음이 쓰여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지는데, 오히려 그런 경찰관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며 “바쁘신데 괜히 죄송하다. 이렇게 와주어 고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

반면 “술에 취해 집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 “500원을 잃어버렸다”, “우리 집 개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긴급하지 않은 신고로 현장 출동이 늦었다고 경찰관에게 다짜고짜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는 분들, 막무가내로 불가능한 법적 조치를 요구하며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경우, 사소한 말다툼으로 출동 현장에서의 처리 시간이 지연되면서 그 시각 발생한 강·절도, 집단폭행, 성폭력 등 긴급 출동해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할 강력범죄 신고 현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원망 섞인 범죄 피해자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던 적도 있다.

실제로 신고 현장에서 느끼는 이러한 비능률성 신고출동은 최근 긴급한 정도에 따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된 경찰의 긴급신고 초기대응이 경찰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범죄 피해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긴급한 사건의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사후조치가 가능한 상담·민원성 신고는 당일 근무 시간 내 출동 혹은 비출동으로 해결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사고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잡기 위한 노력은 신고 초기 대응의 세분화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이와 더불어 민원성·상담 신고는 ‘112’가 아닌 ‘182’로 접수하는 성숙한 신고문화의 확산과 긴급 현장출동을 하는 순찰차에게 길을 양보해주는 국민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앞에서 질문했듯이 골든타임을 잡는 것이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드는 힘은 ‘함께’할 때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최선희 울산남부경찰서 다목적 기동순찰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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