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마음, 아이마음
부모마음, 아이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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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는 참 야무지고 순수한 학생이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무척이나 친절하게 대해 준다.

아침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교통지도를 하다 보면 항상 남동생과 다정하게 등교를 한다. 수업시간은 당연히 열심히 학습활동에 참여한다. 이런 민지를 볼 때마다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어제는 민지가 그동안 써 온 일기장을 확인받기 위해 아침 독서시간이 끝나자 교단 위에 살짝 올려놓고 들어갔다. (일기는 일주일에 최소 2~3번 정도 자율적으로 쓰고, 검사가 아닌 확인도 자율적으로 받도록 지도하고 있다.) 민지의 일기를 읽고 있으면, 왜 민지가 친구들과 동생에게 다정다감하면서도 공부에는 적극적인지, 미래의 꿈에 대해 종종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노력하는지에 대한 까닭을 알게 된다.

민지의 일기를 통해 살펴본 이유는 ‘가정교육’에 있었다. 민지네 부모님의 지지와 성원은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민지를 ‘춤추게’ 하였고, 가족 사이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대화와 감정 표현은 민지가 만나는 사람들에게까지 ‘손톱에 봉숭아 꽃물이 들 듯’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항상 표현될 수 있도록 몸에 스며들게 한 것 같았다.

최근에 민지가 쓴 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글이 몇 편 있다. 그 중 한 편의 일기에는 ‘**중공업’에 다니시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최근 들어 신문이나 뉴스에 빠지지 않고 보도되고 있는 조선업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 또 그로 인한 인원 감축에 대한 보도 내용이 초등학생인 민지에게조차 큰 걱정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지금 근무하는 곳이 **중공업의 해양사업부가 있는 방어진 꽃바위 쪽에 위치한 학교이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도 가까운 인근에서 통학을 하고 있다. 조선업 경기 불황에 따른 체감을 부모님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뉴스 등을 통해 아이들도 간접적이지만 어느 정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민지의 일기 글에 실린 여린 마음이 더욱 애잔하게 다가왔다. 민지의 동의를 받아 아버지의 아픔에 함께 하려는 어린 소녀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일기 글을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도 ‘따뜻한 기운’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올려본다.

<< 뉴 스 >>

오늘은 뉴스에서 **중공업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어머니의 한숨도 같이 터져 나오셨다. 뉴스의 내용은 **중공업에 배가 많이 주문이 되지 않아, 회사원들에게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머니의 근심과 함께 나도 아버지 회사가 걱정이 되었다. 가장들의 일이 없어지면 가족의 생계도 힘들어지고, 울산경제도 그만큼 어려워질 텐데, 슬픈 소식이었다. 누구보다도 일에 열정을 가지시고 회사를 위해 애쓰시는 우리 아버지에게는 해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요즘 술자리가 많으신 아버지께 어떻게 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 나는 아버지께 전화를 해서 “아버지는 괜찮으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웃으시며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도 우리에게 말씀을 못하시지만, 분명 힘드실 거라는 생각에 퇴근하시면 더 많이 애교도 부리고, 스트레스 안 받으시게 대화도 더 많이 하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TV 프로그램도 많이 양보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 일없이 나의 아버지께서도, 친구들의 아버지들께서도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불행한 소식이 안 들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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