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사전등록제, 미룰 수 없는 선택
지문사전등록제, 미룰 수 없는 선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2 2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릴 적에 길을 잃어버린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그 때는 길을 다시 잃지 않도록 전화번호나 주소를 기억하도록 교육시키거나, 번호와 주소가 적힌 팔찌나 목걸이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어린이가 길을 잃고 공포에 질려 있는데 전화번호나 주소를 정확하게 기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 신상정보가 적혀있는 목걸이나 팔찌도 잃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처럼 허술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해서 실종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있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문사전등록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제도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환자의 실종을 막고 신속히 발견할 수 있도록 가족의 도움으로 지문, 사진, 신상정보 등을 미리 등록해두는 제도다. 사진 등 개인신상정보는 1년에 한 번씩 갱신도 가능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하루 평균 68.5명의 아동이 실종되었다. 특히 14세 미만 어린이는 매년 약 7천명이나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지문사전등록제도는 아주 중요한 제도가 되었다. 실제로 지문이 등록된 아이와 등록되지 않은 아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보호자를 찾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그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미리 등록한 아이는 평균 24분, 그렇지 않은 아이는 86.6시간이 소요되어 차이가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지문 사전등록 절차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고 간단하다. 등록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방문해서 사전등록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지문을 등록하는 방법이다. 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아동의 신상정보와 점, 흉터 또는 알러지처럼 대체로 변하지 않는 신체적 특징을 상세히 적는 것이 좋다. 인터넷 사이트(www.safe 182.go.kr)나 모바일앱(안전dream)을 이용해 정보를 미리 입력시킨 후 지문등록만 하기 위해 가까운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를 찾는 방법도 있다. 이때 반드시 챙겨야 할 서류는 보호자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호적등본 중 하나다.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지문을 등록할 아이에게 미리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일이다. 아무 설명도 없이 경찰관서를 찾아가면 아이들은 겁을 먹을 수 있다. 또 지문 찍는 기계를 보면 손을 아프게 하는 기계인 줄 알고 손가락을 쉽게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지구대에서 한 아이가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아무리 설득해도 손을 내주지 않아 지문을 등록하지 못한 채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사전설명은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가 지문사전등록제도는 아동 등의 실종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도 답했다. 그러나 다수의 보호자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거나 제도는 알아도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지문 등록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지문사전등록제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기에 지문 등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문 등록을 미루고 있는 그 하루하루가 소중한 가족을 잃을 수 있는 시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면 지문사전등록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이송미 울산 남부경찰서 야음지구대 순경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