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의 또 다른 의미
5월 8일의 또 다른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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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5월 8일은 필자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울산학춤’ 생일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열아홉 해 전 이날 경로잔치 공연의 인연으로 울산에 정착하게 됐다. 동구 전하동에 거주하던 친구가 초청했다. 그날 행사를 마치고 중구 옥교동에 전입신고를 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울산에서의 생활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 후 울산문화원의 도움으로 문화원(현 남구문화원) 건물 뒤편에 있던 가건물에서 다양한 학춤의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여 지도했다.

필자는 전문적으로 춤을 연구하며 춤을 추는 춤꾼이다. 증조부, 아버지, 본인 3세대를 잇는 내리춤꾼이지만 부족함이 있어 한 분의 스승을 더 모셨다. 강창범(姜昌範, 1929생, 예명 士弘) 선생이시다. 양산학춤·사찰학춤·지성승무·교방나례무·교방양반춤·교방타령무·한량무·장구 등을 아버지 김덕명(金德明, 1924∼2015)으로부터 지도받았다. 강창범 선생한테서는 입춤과 장구를 배웠다. 1978년 강창범 선생은 부산 동래 온천장 구시장에 있던 동래권번에서 사범으로 재직하실 때 아버지의 추천으로 인연을 맺었다. 권번은 일본식 건물이었고, 2층 다다미(たたみ) 방에서 학습했다. 38년 전의 일이다.

아버지한테서 춤을 배울 때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춤의 이론에 관심을 두어 자료를 찾는 등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중 궁중학무, 민속학춤(동래학춤·양산학춤, 사찰학춤·사찰학춤작법) 등 학무·학춤의 역사적 배경을 찾는 연구에 관심을 집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아니했지만 하늘이 명령한 연구과제로 생각할 만큼 사명감이 있었다. 특히 궁중학무 연희에 등장하는 청학·백학(혹은 황학·백학)의 출처에 대한 관심은 수행인의 화두처럼 일상으로 챙겼다.

두 마리 학의 출처가 되는 전거를 찾는 것은 제일 관심이 가는 분야이면서도 흥미로운 연구였다. 도서관을 찾아 국악, 무용 등 전문서적을 살피고, 원로를 찾아뵙고 여쭙고 했다. 쉽지 않은 연구는 수십 년 계속됐다. 열아홉 번째 울산학춤의 생일을 맞이하면서 울산학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학춤 연구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연구가 필요했다.

학춤문화의 지속적이며 일관된 연구의 마중물이 된 것은 증조부와 아버지를 이은 내림학춤이었다. 또한 학문적 열정은 양산사찰학춤(통도사 지칭)에서 파생했다는 아버지가 추시는 양산학춤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쏟아 부었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 학춤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데까지 확장되었다.

둘째, 예술원 원로회원 학자의 말씀을 마중물로 삼았다.

“민간의 학춤은 전설에는 울산의 융변산신(戎邊山神)에서 나왔다고 한다.”-성경린(成慶麟, 191∼2008, 전 예술원 원로회원)

『경상도읍지』 울산부읍지 고적 조에서 융변(戎邊=戒邊, 필자 임의)을 만날 수 있었다. ‘고적 신학성은 즉 융변성이다. 부의 동쪽 5리에 있다. 옛날 융변신이 학을 타고 내려왔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古蹟 神鶴城卽戎邊城在府東五里古戎邊神駕鶴降故名)’-『경상도읍지(1831)』

셋째, 학문적으로 접근했다.

울산학춤과 관련된 학위 논문으로는 석기선의 『울산학춤의 특성에 관한 고찰』(신라대 학사, 2000), 박선영의 『민속 학춤에 관한 연구』(2002, 한양대 석사), 박덕순의 『울산학춤과 동래학춤의 비교 연구』(2004, 교원대 석사), 이현경의 『울산학춤의 문헌적 고찰』(2005, 동국대 석사), 서루시의 『울산학춤 무보정리와 분석』(2006, 동국대 석사), 김소양의 『울산학춤에 관한 연구』(2007, 교원대 석사), 김소양의 『울산학춤의 생성 배경과 변천』(2011, 경북대 박사) 등이 있다.

넷째, 서포터(supporter)가 있었다.

김태근(예총고문)의 ‘학아 날아라.’(2007.06.19. 인사말), 이수봉(전 충북대 교수)의 ‘멸실된 오산의 천학도 관어대와 함께 복원을’(2008.0 8.19. 경상일보), 강길부(국회의원)의 ‘울산 학춤의 맥 잇자’(2006.12.29. 울산매일), 신춘희(울산 이야기연구소 소장)의 ‘구청사 옥상에다 조형물 ‘학’을 설치하자‘(2009.8.26. 경상일보)·‘울산시, 학(鶴)의 복원을 심도 있게 검토하라’(2010.02.26. 경상일보), 최종두(시인·소설가)의 ‘정명 600년과 울산학춤’(2013.3.19. 울산신문), 이창형(울산대 경제학과 교수)의 ‘울산 학춤의 역사적 가치를 되찾자’(2013.12.30. 울산제일일보.), 김종경(대기자)의 ‘울산학춤’의 진실’(2014.01.08. 울산신문), 임진혁의 ‘울산에 학 공원과 생태관을 건립하자’(2015.7.15. 경상일보), 배명철(전 경상일보 대표)의 ‘태화강의 황새와 학’(2015.09.22. 경상일보)이 고마운 서포터들이었다.

19년 동안 울산학춤은 총 822회의 공연 기록을 쌓았다. 울산에서 592회(72.0%), 외지에서 215회(26.2%), 외국에서 15회(1.8%)의 공연 기록을 남겼다.

<김성수 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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