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란 이름, 그리고 수려한 경관
영남알프스란 이름, 그리고 수려한 경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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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처음 놀러온 사람들이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을 듣기는 했으나 그 산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몰라 영남알프스라는 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잘 아시다시피 영남알프스는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 5개 시·군의 경계지역에 걸쳐 솟아 있는 높이 1천 미터가 넘는 9개 산군(山群)을 통칭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가지산(迦智山, 1천241m), 간월산(澗月山, 1천69m), 신불산(神佛山, 1천159m), 영축산(靈鷲山, 혹은 취서산鷲栖山, 1천82m), 천황산(天皇山, 1천189m), 재약산(載藥山, 1천119m), 운문산(雲門山, 1천195m)의 7개 산을 지칭하는 말이 영남알프스다.

때로는 이들 산에 인접해 있는 고헌산(高獻山, 1천34m)과 문복산(文福山, 1천15m)을 영남알프스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 가운데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천황산 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2000년도를 전후해서 한때는 ‘울주7봉’이란 편협한 명칭으로 불린 적도 있었다.

등산객이라면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이 언제 생겼고 그 작명자가 누구인지가 알고 싶을 것이다. 명칭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은 주로 일본 산악인들과 교류가 잦았던 부산 산악인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등산객들이 점차 늘어나던 1970년대 후반기에 생겨났다는 그럴듯한 주장도 그 중의 하나다. 일본 산악인들이 “일본에는 북(北)알프스와 남(南)알프스와 같은 절경의 산악지대가 있다”고 자랑을 하자 부산 산악인들이 “우리나라에는 영남알프스가 있다”고 맞대응한 데서부터 그런 명칭이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영남알프스가 이미 전 국민에게 알려져 유명하게 되었지만 그 명칭이 과연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울산시민 가운데는 ‘알프스’란 명칭이 붙으려면 유럽의 알프스처럼 높이가 2천 미터는 넘어야 하고 만년설을 이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 영남알프스란 이름 대신에 ‘울산의 병풍’, ‘울산의 담장’ 혹은 ‘영남구산(九山)’이란 이름이 어떻겠느냐고 그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이 너무 왜색이 짙고 서양 편향적이라며 이른바 ‘전래설’을 내세워 비판하는 시민도 없지 않다. 알프스란 원래 유럽의 알프스에서 유래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북·남·중앙 알프스를 본떠서 지은 이름이라는 이유를 든다. 만년설로 뒤덮인 유럽의 고산지대 ‘알프스’가 그쪽 사람들에겐 재앙과도 같이 여겨지는데, 굳이 우리의 절경에다 ‘알프스’란 이름을 붙일 필요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북·남·중앙 알프스의 산들은 3천 미터 전후의 높이를 갖고 있다.

명칭의 유래야 어찌 되었건 영남알프스가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산악지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울산시민들은 영남알프스가 왜 그런 평가를 받는지 하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전체 면적이 약 255㎢에 이르는 영남알프스는 가을이면 곳곳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순백의 억새군락지가 워낙 환상적이다보니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가을철 신불평원은 백설이라도 쌓인 듯 광활한 은백색의 억새 꽃밭이 짙은 초록의 소나무 숲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푸르디푸른 창공은 손가락으로 꾹 찌르면 청색의 바닷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신불평원의 절정기 가을은 이처럼 백·록·청의 완벽한 조화 덕분에 등산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또 영남알프스는 우리나라 억새밭의 본고장임을 말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증명해준다.

특히 드넓은 신불산 억새평원(198만3천471㎡, 약 60만 평)과 사자평(413만2천231㎡, 약 125만 평)은 가을철은 물론 겨울철에도 찾는 이들에게 가슴 후련한 절경을 선물해준다. 영남알프스의 웅혼한 능선들 사이의 거울보다 맑은 옥류 계곡들과 곳곳에 그득한 문화유산들은 진정 우리의 자부심이자 자랑스러운 관광자원들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김원 등산전문작가/향토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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