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상위 10%가 지배하는 한국
소득상위 10%가 지배하는 한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0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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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허리 세대인 중년층은 지금 외환위기와 비견될 정도의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는 2~3%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주식 시장은 박스권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잊었다. 직장에선 일상화된 구조조정으로 내일을 내다보기 힘들다.

저금리로 저축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고, 마지막 희망인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기만 하다. 치솟는 물가에다 감당하기 어려운 자녀교육비와 빨라진 은퇴 시기,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된다. 정치인들에게서 희망을 찾는 일을 포기한 지 오래다. ‘마처세대’(부모를 모셔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로서의 부담도 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지난 3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45%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결국은 재벌과 재벌그룹만이 부의 축적을 통해서 가진 자들만의 삶을 누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금수저들만의 리거(leaguer)와 세습(世襲)을 보는 것 같아 아쉽다. 더불어 이제는 개룡이도 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높은 국가는 한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42%, 일본이 41%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이어 뉴질랜드 32%, 호주 31%, 말레이시아 22% 순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은 1990년까지 홍콩과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네 마리 용’을 필두로 초고속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동시에 이뤄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분석대상 22개 국가 중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지수’가 상승한 국가는 15곳에 달한다. 지니 지수가 상승할수록 불평등도는 심해진다. 한국의 지니 지수는 1990년 32에서 2013년 31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포인트 급증한 것과는 눈에 띄게 대조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IMF는 불평등이 심해지고 부자들로 소득이 쏠리는 이유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와 남녀 간 고용 불평등, 급속한 고령화를 꼽았다. 특히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전체 노동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은 임금도 적게 받고, 직업교육과 사회보장 혜택도 적게 누린다고 지적했다.

뒤집어 말하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부가 임금을 통해 정상적으로 분배되지 않는 구조라는 말이다.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를 내걸고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해 온 결과다.

이 추세로 간다면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상위 1%가 소득의 20%를 가져가는 그야말로 부자들만을 위한 ‘헬조선’이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중년들은 지금은 종영된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을 보면서 모처럼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었다. ‘응팔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추억 속의 핫 아이템이었다.

드라마가 종영되자 이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좀처럼 응답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이 또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로서 자녀와 청년 세대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부끄럽고 미안하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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