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에 영(影)을 활용하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影)을 활용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0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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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중심으로 경관이 좋은 여덟 곳을 나들이하여 시로 묘사한 것이 있다. 이를 ‘울산팔영(蔚山八詠)’이라 부른다. 평원각(平遠閣)·망해대(望海臺)·벽파정(碧波亭)·은월봉(隱月峯)·장춘오(藏春塢)·대화루(大和樓)·백련암(白蓮巖)·개운포(開雲浦) 등이다.

지난 3월 울산시가 ‘재정비 사업’을 진행한 끝에 ‘울산 12경’을 다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002년에 ‘울산 12경’을 발표한 이후 14년 만이다. 선정 기준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기본이었고 가지산 사계, 신불산 억새평원, 간절곶 일출, 대운산 내원암 계곡은 14년 전과 같이 다시 선택했다. 태화강대공원과 십리대숲, 대왕암공원,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강동·주전 몽돌해변은 명칭을 조정하는 선에서 그대로 두었다. 또한 울산의 관광마케팅과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수 있는 자원으로 시의적 관광지로 떠오른 울산대공원,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외고산 옹기마을은 새로 추가됐다.

이번에 새롭게 정비된 12곳의 경승 중 특이한 것은 야경(夜景)이 등장했다는 사실로서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이 바로 그것이다. 야경의 등장은 경승(景勝)을 선정하는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동구는 이미 보는 풍경에서 듣는 풍경을 발표한 바 있다. 제1경 동축사 새벽 종소리, 제2경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제3경 옥류천 계곡 물소리, 제4경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제5경 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제6경 울기등대 무산소리, 제7경 대왕암공원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제8경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제9경 슬도의 파도소가 그것이다. 앞선 생각과 실천의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

‘9곡’과 ‘8영’에서 곡(曲)과 영(詠)은 찾아가서 시를 읊은 경치 좋은 곳을 말한다. 승람(勝覽)에는 낮에 돌아보는 경과 밤에 구경하는 야경이 있다. 반면 실물을 대하는 ‘경(景)’과 물에 비친(반영된) 그림자를 보는 ‘영(影)’의 두 가지로 구별할 수도 있다. 경은 실제이며 영은 비친 것이다. 비유하자면 사진(寫眞)·사경(寫經)에서 사(寫)는 실물을 베끼는 것이고 진(眞)은 실물을 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이러한 사례는 불가(佛家)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입적한 고승의 초상화를 진영(眞影)이라 하고 그것을 모셔둔 집을 영각(影閣)이라 한다. 물론 진영각(眞影閣)에서 진(眞)을 생략한 것이다. 영정(影幀) 역시 사람을 모델로 하여 그렸지만 실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울산 12경’ 속에 야경을 선정한 것을 계기로 관경(觀景)·관영(觀影)의 활성화 방안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경승지에는 로컬 푸드(local food)가 있어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절경이라는 금강산 구경도 배부른 다음에 한다는 말이다. 경영보다 관광객 입장에서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

수년전 일본 조류생태학자 마사토미 교수가 울산을 방문했다. 이름 있는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진수성찬을 보자 갖고 다니는 카메라로 연신 찍어댔다. 그리고는 이 많은 음식 중에 울산만의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냐고 질문했다. 선뜻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망설였다.

‘밥은 동쪽 집에서, 잠은 서쪽 집에서 해결한다’는 고사성어인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은 밥과 잠자리 중 어느 하나가 만족스럽지 못함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인물도 좋은 부자총각이라면 왔다 갔다 하는 번거로운 살림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경은 울산에서 하고 밥은 부산이나 경주에 가서 해결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아득하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경·영(景·影)을 함께하며 숫자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선바위교에서 바라보는 선바위 실물과 그림자는 권할 만하다. 태화강에 비친 삼호산의 경영을 소개하고 싶다. 태화루가 비친 용금소의 경영을 외면하면 후회할 것이다. 12경에 선입견과 편견을 가까이하지 말자.

많은 것 중의 하나라야 한다. 굳이 정해진 것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소가 정해지면 접근성이 좋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자체들은 관광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인식하여 접근하고 있다. 제조업과 연관시켜 관광산업이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제조업까지 견인하는 차세대 첨단산업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자원 등 지속발전 가능한 지역 관광자원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산업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95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전에 말만 하는 손자들을 향해 일관되게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입이 저자라면 상다리 부러진다”였다.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는 말씀이었다.

8경 혹은 12경도 그렇다. 지정만 해놓고 활용하지 않으면 구두선이다. 해보고 안 되면 고쳐 가면 된다. ‘12경’이라는 숫자에 얽매이다 보면, 다른 곳은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다. 12경이 이 정도인데 지정되지 않은 곳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선입견,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독창적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며, 경(景)과 마찬가지로 영(影)도 똑같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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