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사회공헌활동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사회공헌활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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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사람 말 잘 듣고, 다른데 쳐다보지 말고 단디해라.” 이 말이 친숙하면 70년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사람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퇴직을 했거나 정년을 눈앞에 둔 기성세대들이다. 그 당시 회사에 갓 입사한 젊은이에게 덕담처럼 했던 말이다. 그렇다면 힘들더라도 여기저기 함부로 옮겨다니지 말라는 말을 왜 강조했을까.

1945년 종전 후 독립한 100여 개 국가 가운데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그런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60년대의 기초다지기에 이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70년대와 80년대 초·중반을 이해하면 곧 답이 나온다. 당시는 일자리가 참 많았다. 그래서 설·추석이 다가오면 사장들은 불안 속에 휩싸였다. 고향에서 만난 친구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한 푼이라도 더 준다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이직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직률이 높으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공급자가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도 ‘한곳에서 오래 근무하라’고 당부한 것은 이곳저곳으로 철새처럼 옮겨다니다보면 결국 실속이 없다는 어른들의 경험적 지혜가 담겨있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21세기 한국을 보자. 앞 세대 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신체도 더 건장한 젊은이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 속은 새까맣게 탔고, 패기 역시 바짝 오그라들었다. 이렇게 왜소해진 이유는 바로 ‘취업’ 때문이다. 70~80년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부모님의 갖은 고생과 보살핌으로 자라고 배운 청년들이 정작 필요한 시기에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불행이 아닌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희망(希望) 엔진 대학생 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대학생들의 재능과 열정을 지역사회 복지시설과 연계해 나눔의 선순환을 실현하자는 모토로 마련한 이 행사는 올해로 6년째 이어오고 있다.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봉사정신을 키우게 하는 행사이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봉사’의 보람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자기들이 봉사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심어주었으나 정작 본인들은 앞날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러니한 얘기다.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봉사단 자문을 맡은 오승환 교수(울산대 사회복지학과)는 “다양하고 모범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현대자동차 노사에 감사한다”면서도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늘려주는 게 이 시대의 가장 필요한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했다. 제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스승의 이 말은 현대차는 물론 모든 대기업 노사가 깊이 새겨들을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이다.

일자리는 단순히 돈벌이만 해주는 곳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찾게 하고, 지금까지 부모·사회·국가로부터 입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또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의 터전을 넘겨주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 기성세대는 대체로 많이 배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고도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맞이한 덕분에 일자리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식 세대는 더 많이 배우고도 직장을 못 구해 황금같이 귀한 시기를 헛되이 보내고 있다.

“청년일자리를 늘려주는 게 이 시대의 가장 필요한 사회공헌활동”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 더 깊이 다가온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자기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임금·복지 수준이 높은 대기업에 근무하면 남다른 혜택도 많이 입는다. 그렇다면 그 혜택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주는 데 관심을 갖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더구나 내 자식, 내 조카, 내 친구 자녀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지 못할 이유도 없다. 조금만 욕심을 줄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은 게 이 세상이다.

<이주복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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