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고산자
영남알프스의 고산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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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서쪽 울타리 역할을 하는 산군을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 천황산, 재약산 등을 아우르는 이 지역을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그렇게 불렀다. 한때는 ‘알프스’라는 말이 목에 걸려 다른 이름을 붙여 보려는 운동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이미 사람들의 입에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 버렸다.

오히려 지금은 일본의 ‘북알프스’, ‘남알프스’ 같은 ‘알프스’라는 이름을 함께 쓰는 지역과 산악관광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등산을 즐기는 울산시민 가운데는 서슴없이 “영남알프스가 있어 울산시민인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노력하는 울산시 당국도 영남알프스를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영남알프스에 관한 자료는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영남알프스에 관한 산행안내자료는 물론 인문학적 자료, 자연과학적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천하명산으로 꼽히는 금강산은 비록 북녘 땅에 있어 접근이 어렵지만 금강산에 관한 자료는 방대하게 전해지고 있다. 시인묵객들이 남긴 예술 자료들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영남알프스는 다른 말로 ‘낙동정맥 울산 구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이란 낙동강의 동쪽 울타리를 말한다. 국토의 근골인 백두대간의 태백산 근방에서 갈라져 청송의 주왕산과 영천의 운주산, 경주 단석산, 영남알프스를 거쳐 부산 금정산과 몰운대로 이어지는 산맥이다. 이 마루금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영남알프스 마루금도 낙동강 수계와 태화강 수계를 나누는 분수령(分水嶺)이다. 태화강을 ‘울산의 젖줄’이라고 한다면 그 발원을 품고 있는 영남알프스는 ‘울산의 어머니’인 셈이다.

그런 영남알프스 골골을 더듬어 산행 기초자료를 만들어 책으로 펴낸 이가 있다. 퇴직 공무원인 김원씨는 그 자료들을 모아 지난해 ‘대확장 영남알프스 명산등산로 200선’이라는 제목의 등산가이드북을 엮어 세상에 내놨다.

울주군 청량면 출신인 김씨는 중앙부처를 거쳐 2011년까지 울산시청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영남알프스를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저자가 쏟아 부은 열정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팔아야 했던 엄청난 발품에 경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의 노고에 비견된다.

책의 편집은 결코 세련되지 못하다. 하지만 책에 수록된 산행개념도의 충실함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울산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유적지를 답사했다고 한다. 2001년 ‘자랑스러운 울산’ 3권을 출간한데 이어 2006년에는 ‘영남알프스와 낙동정맥 울산구간 등산로’라는 제목의 등산 안내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런 김씨가 이번에는 영남알프스 안내 블로그(http://blog.naver.com/gajisan99)를 개설했다.

블로그에는 영남알프스 등산가이드북의 자료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스토리텔링 자료가 더해졌다.

그는 매주 목요일마다 새로운 자료를 업데이트하겠다고 한다. 주말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이다.

영남알프스는 이렇게 가꾸어지고 있다. 위대한 울산시민의 힘으로.

<강귀일 취재2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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