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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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에게 재활 의지를 불어넣기 위해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한 지 올해로 벌써 36년이 흘렀다. UN에서 1981년을 ‘장애인의 해’로 정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면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매년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각종 기념식이 거행되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보거나 눈을 가리고 걸어보는 등 다양한 장애인 체험 행사가 벌어진다. 물론 장애인의 불편함을 몸소 느껴보고 장애에 대한 인식과 편견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면 이러한 행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장점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고 사회 각 분야에서 이를 실천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확산되고 장애인을 돕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재 울산 시민 120만7천670명 중 약 4%인 4만9천241명이 15가지 유형에 등록된 장애인이다. 개략적으로 25명 중 1명은 장애인인 셈이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각종 재해, 교통사고 등 복잡한 사회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장애인 등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질병이나 사고로 발생하는 후천적인 장애가 90%를 차지한다. 현대 사회에서 장애란 언제 어디서 누가 당할지 모르는 일상화된 일이므로, 장애인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장애인 복지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장애인 복지의 핵심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하여 자활·자립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을 받을 권리, 직업을 가질 권리,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 등 이 모든 권리의 기본은 ‘이동권’ 보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장애인 이동권’이란 장애인의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동등하게 보행을 하고, 교통시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즉, 장애인의 활동에 불편을 주는 모든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여 각종 교통수단과 시설의 사용에 있어 제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때 모든 일은 가능해지며 이로써 사회통합과 장애인의 자립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시설의 이용과 정보 접근 부문에서 소외되는 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지는 등 불편함이 많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2013년 실시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시설 설치율은 67.9%로 비교적 높아졌지만, 적정 설치율은 60.2%에 불과했다. 장애인이 실제로 건물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율이 고작 60.2% 수준이라는 뜻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시설물은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을 위한 적절한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편의 증진의 방향을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및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으로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무장애건물 인증제, 일명 BF 인증제가 도입되었다. 2015년 7월 29일 이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건물은 BF 인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이 제도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휠체어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부모, 계단을 오르기 힘든 노인과 어린이, 무거운 짐이나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사람 등 모두가 아무런 불편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하면 장애인만 사용하는 시설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에게만 편리한 것이 아니다. 행위에 전혀 장애를 느끼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유익함을 주어 이는 사회 전체 모두의 이익이 된다. 지금은 BF 인증제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공공건물로 한정되어 있어, 실제 사회적 약자의 생활권에 해당하는 민간시설은 인증 참여가 미흡한 수준이다. 앞으로는 민간시설까지 BF 인증제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어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무장애 공간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제36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고 상호 존중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마음의 문턱을 낮추며 태도의 장벽도 제거하여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를 조성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송은진 울산시 북구 사회복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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